-
-
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청춘의 문장들』로 생각하고 읽었다. 절반 정도 읽었을 때도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청춘의 문장들』 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 쓴 후속작이었다. 하지만 원작이든 후속작이든 따질 이유가 없이 너무 좋았다. 책머리에 인용한 루미의 「여인숙」이라는 시부터 시작해서 진솔하면서도 유쾌하고, 또 여운이 남는 글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이 책을 다 읽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청춘의 문장들』도 사버렸다. 정말 커피 2~3잔 가격에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고, 느끼며 생각할 수 있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책에 담긴 글들은 하나 같이 아련하면서도 진솔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이다. 아버지가 주문해놓으셨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도착한 책. 그 책 속에서 작가의 지금 처지와 딱 맞는 문장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에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어린 시절 추억에서부터 시작하여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도 참 좋았다. 각 장의 말미에 붙어있는 금정연 씨와의 대담도 맘에 든다. 작가의 인생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 거죠. 지금부터 30년까지, 이런 식으로 집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머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p. 152)
작가로서는 소설 쓰기가 나를 치유해주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소설을 쓰는 일은 치유보다는 나를 넘어서는 일에 가까우니까요. 대신에 노트에다가 뭔가를 쓰는 일은 도움이 됩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노트에다 손으로 뭔가를 쓰면, 그것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쓰게 되면 마음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날마다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일은, 신경안정제를 먹는 일보다 더 좋아요. 그게 무슨 내용의 글이든. 그때는 손으로 쓰시길. (p. 180)
작가의 말처럼 어차피 삶이란 급격하게 좋아지거나 달라질 수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자연히 더 좋은 사람이 된다는 법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인간은 퇴보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시멜로우’는 나중으로 미뤄둔 채, 미래의 무게를 온 몸으로 느껴가며 버티는 인생도 슬프다.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변화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바탕으로 ‘지금, 여기’에 충실하다보면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지 않을까. 작가의 말처럼 오늘 읽을 책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때때로 손으로 끄적거리면서 조금 더 즐겁게 살았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나만의 ‘청춘의 문장들’을 만들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