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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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인 요즘 누구나 다 나를 지키며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할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일단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아예 처음부터 이 책은 '하우투북(how-to book, 실용서)'이 아니라고 못 박고 시작한다.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결론적으로 ‘인문학을 배우라’는 익숙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라 실망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저자는 우리 시대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진단한다. 그야말로 ‘비상시’가 일상화된 시대, 불안정하고 역경이 예고된 시대다. 안정적이었던 지난 시대에는 ‘높은 학력’이 좋은 직장을 얻는 보증 수표였고, 좋은 직장은 안정적인 삶과 편안한 노후에 대한 입장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보호해주는 조직에 대해 충성하고 헌신하는 것이 이 시대의 가치이자 도덕이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조직을 위한 헌신이 반드시 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더 이상 조직은 개인을 보호해줄 수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특징을 ‘학력 사회 모델’이 종언을 고하고, ‘개인 경력 모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이제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되었다. 불도저와 같은 몰입 이전에 ‘일의 의미’를 묻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저자는 의미를 찾고 다양한 시각을 기르는 지름길은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제4차 산업혁명’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하는 와중에 한가하게 인문학이라니 황당하지만, 저자는 눈앞의 일들에 급급해하지 말고 조금 돌아간다 싶어도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고전을 읽어야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들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바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터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일을 일반적인 의미의 경제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테고, 그것을 경제사 안에서 조망하기란 아마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직면한 일과 시대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고 역경에 처해 있다면 더더욱 눈앞의 일에 급급해하지 말라고, 멀리 돌아가는 느낌으로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펼쳐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경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역경의 참된 의미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_ 142쪽



  평상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같다. 말이야 바른 말이고, 책 읽고 생각하는 데 진정 길이 있다고 믿는다. 다만,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는 말처럼 고민하고 질문하는 만큼 얻는 것이 달라진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저 책을 뚝딱 읽어서 해치우는 것만을 능사로 알고, 1년에 100권 읽기와 같은 목표에 매몰되지 않는가. 역시, 시대를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고전을 읽으면서 시야를 길고 넓게 보고 공부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당장 맡은 일들을 충실히 하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공부하는 자세야말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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