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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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베스트셀러에서 배울 점은 있었다.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라는 제목과, ‘더 많이 읽을수록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라는 문구에 반해서 내용을 살펴볼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이었다. 다 읽고 나니 약간의 허무함과 씁쓸함, 그리고 조금의 분노와 쓴웃음이 남는다. 저자는 잘 팔리는 책은 뭔가 이유가 있으니, 내용이 허접하다고 덮지 말고, 하나라도 읽어서 배우고 느끼라고 한다. 혹시 자기 책에 쏟아질 비판을 의식해서 미리 변명을 한 것일까? 그런 이유였든 아니었든 이제는 상관없다. 모금과 사기에 있어 늘 선택권은 듣는 사람에게 있다고 한다. 모금가와 사기꾼은 상대방이 자기가 원하는 결론을 내리도록 판을 깔아줄 뿐, 결국 듣는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허영이든 욕심이든 간에. 이 책의 제목에 속았다면 내 잘못이고,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이 책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무엇인가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책의 수준이 낮다고 평가절하해 버리고, 읽지 않으면 좋은 ‘배움’의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다. 세간에서 좋다고 평가하고 있는 이상 거기에는 틀림없이 배울 것이 있다. 설령 내용이 없더라도 파는 방법이나 팔리는 방법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밑줄을 그을 부분은 책의 ‘내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의 ‘밖’에 밑줄을 그을 만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_ 167쪽


  이 책이 제안하는 독서법은 다음과 같다. 몇 권을 읽었는지, 얼마나 빨리 읽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어야 하고, 그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독서’를 무기로 삼아라. 전체적인 줄거리보다는 관심이 가는 부분에 집중하고, 수평 전개하는 독서를 하라. 그리고 지금껏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의 책도 도전하라. 어려운 책, 두꺼운 책, 고전들을 피하지 마라.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책들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내 생각과 다른 것에 밑줄을 긋고, 그것들에서 배우려고 노력해라. 말이야 바른 말이고, 하나같이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한 독서법이라니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는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열심히 달려왔다. 선행학습은 차이를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 그래서 초등학생이 미분을 공부했고, 우리말을 하기도 전에 영어로 꿈을 꿔야 했다. 그런데 성공하기 위한 다른 독서법이 있다고 한다. 더 많이, 더 빨리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흥분했겠지만, 그게 아니라 ‘두꺼운 책’, ‘고전’을 읽어야 한단다. 비즈니스 세계는 속고 속이는 것이 일상이니 더 강해지고, 차이를 만들어야 한단다. 이 미친 세계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성공하려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꼭 성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위선이라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책은 성공을 위한 교재가 아니다. 이 책에 점철되어 있는 저자의 자신감과 패기는 아마 젊어서부터 성공한 그의 이력에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하나 거침없었고, 자기 생각대로 풀려가는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성공하지 못하는 비즈니스맨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차이를 만들어내라고 독려하고 다그치는 것이 자기 삶의 사명이라 느끼지는 않았을까. 저자의 말대로 그의 삶과 책에서 한 수 배우고 싶다. 하지만 나는 시야를 멀리 두고 겸손해지면서, 아무 의도 없이 책을 읽고, 그 안에서 희열과 안식과 고민과 해답을 얻고 싶다. 때때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성공하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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