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안내로 우리 시인들을 찾는 여정에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나 스스로 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어줍잖은 시지만 써 본 경험도 있고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상상력이나 문학적 감수성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지은이가 이미 하늘로 돌아간 우리 시인들에게로 차례로 안내하는 동안 나는 지쳐서 내 맘대로 만남을 일찍 마치고 돌아서기도 하고, 힘이 들어서 오래 쉬었다가 다음 예정지로 떠나곤 했다. 시는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시는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있건만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외고 있는 시도 하나 없으니.

 이 책이 무작정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시인에 대한 일화나 시적 배경 등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실어서 편안하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인들의 삶의 한 켠을 들여다보면서 예술가의 삶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와 다들 비슷하구나 싶기도 했다. 때론 괴팍하고 세인들의 관심사에는 무관심하며 사치스럽기도 한 것이 예술가들의 전형인 듯 하여 새삼 고개를 젓기도 했다.

 신경림 시인은 시인의 사회에 대한 시적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도 받았다. 시를 통해서 4.19 혁명이나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폭로한 시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적인 완성도도 중요하게 쳤는데, 이육사의 시들에 대해서 '위대한 삶이 다 위대한 시를 낳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 부분을 봐도 그렇다. 결국, 시적 환상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현실을 노래하면서도 시적인 완성도를 부가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리라. 어느 것이 시적 완성도가 높은 시인지 아직 긴가민가 하면서도 내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진솔한 시만이 사람들의 입에서 즐겨 노래될 것이다. 윤동주의 <서시>가 사랑받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