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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김정빈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어린 시절,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열광했었는가. 학창시절 꾸벅꾸벅 졸던 지루한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이 던진 이야기 하나에 순식간에 잠이 깨지 않았던지. 이 책은 책의 제목과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일깨워주기 위한 이야기들이라고 하지만 사실, 지은이의 '성공'과 '리더'타령은 호들갑으로 보일 정도로 나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야기 그 자체인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일화들 속에서 무척이나 즐거웠을뿐더러 순식간에 다 읽고야 말았다.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역사 속 인물들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기개와 풍모, 특별한 선택들. 그 속에서 열광하고 나도 저렇게 살아보리라 생각하면서 역사 속으로 빠져들었었다. 또, 비범한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보이는 의외의 평범함. 역사속에서 인간을 찾고 이야기를 듣는 매력 때문에 나는 역사를 좋아했다.
책은 읽는 시기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받아들이는 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그런 책이 되고 만다. 반대로 범상한 책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훌륭한 책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뛰어난 책이 아닐뿐더러 어찌보면 이야기 모음집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시기가 좋았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깨우쳐주었다. 그리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나에게 옛날 역사적 인물들이 직접 충고와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반가웠고 재밌었다.
군대에서 읽고 있는 책들은 여전히 성공타령이다. 하지만 성공과 리더쉽은 하나의 목적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다시피 옛날 위인들은 성공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 수신제가하고 치국하면서 덕을 실천하다보니까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아해서 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해서 하는 것은 즐기며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다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성공에 다다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의 아침을 여는 생각으로 삼은 것은 바로 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