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룬과 이야기 바다
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달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말그대로 동화다. 지은이가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지었다는 동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쉽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가득하다. 어렸을때 자주 보던 만화영화와 비슷한 느낌도 나고, 이미 훌쩍 커버린 나같은 사람들은 아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히려 이 동화적 세계가 유치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이 책을 읽기로 작정했다면, 저자가 이미 동화적 세계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것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여러 사건들의 해결이 비현실적이거나 우연한 방법으로 손쉽게 타개되고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동화적 이야기의 공통점도 다분히 보이지만 작가가 창조한 세계는 결코 흔하고 진부한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바다가 흐르는 '이바구별'이라든지 '만약'이라는 물의 정령, '바다코끼리' 등의 인물과 세계. 그리고 '이바구별'의 군대를 '도서관'으로 소대나 연대 등의 군대편제를 책의 '쪽', '장', '권'으로 표현한 상상력들은 정말 기발하고 독창적인 것이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선택적이거나 제한적인 것이 아니다.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전쟁에서도 전략을 놓고 끊임없는 토론을 계속하며 자기들의 지도자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수다족'. 그리고 침묵과 복종을 지키는 '잠잠족' 사이에서 수다족을 절대적으로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다족'과 '잠잠족'의 전쟁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특히 잘 나타나는데, '수다족'은 논쟁과 토론에서 동지라는 강력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반면에 '잠잠'족은 침묵속에서 서로의 불만을 감추고 있던 결과로 결국에는 수다족이 승리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은 작가가 책의 전체를 통해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언론의 자유는 정말 중요하다. 논쟁과 토론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우리는 논쟁과 토론, 그 무한한 개방성을 통해 동지라는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까? 토론을 하라면 싸우려고 들고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토론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현실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 군대에서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확대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승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전략이 전부 노출될지도 모르고, 행동도 토론하고 결정짓느라 무척 느려질텐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정말 중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 적당한 융통성과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상황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외치게 되면 그것도 '도그마'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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