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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 ㅣ 21세기 역사 오디세이 1
오귀환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6월
평점 :
통념과 정설을 뒤집는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이 책이 눈에 띈 것도 제목이 특이했던 이유도 있지만 역사를 뒤집어 본다는 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만난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역사를 가깝게 한다는 측면에서나 역사연구의 측면에서나 나처럼 역사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나 모두 유쾌하고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정화 원정대'에 관한 이야기는 깊이도 있고 재미있는 주제였다. 여불위와 범려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나 '악비논쟁' 등도 흥미면에서 뒤지지 않았다. 정화 원정대에 관해서는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에 신대륙을 발견한 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왜 유명해지지 못했는가.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정화의 발견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땠는가 등을 되짚어보려는 시도는 참 신선한 것이었다. 이런 시도야말로 진정 역사 뒤집어보기 일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많은 부분이 경제적이고 경영학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부자들에 대한 조명이나 사마천의 <화식열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포함하여 책의 상당 부분이 돈과 성공, 경영에 치우쳐져 있다. 이는 책의 애초 목적에서도 멀어진 것이고 이러한 것은 역사 뒤집어보기와 거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역사를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게 했을 것이다. 요점정리식의 설명이라던가 글의 전개방식에서도 작가의 이런 직업적 특징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전문가에 의한 역사보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비전문가가 역사를 바라봄으로써 엉성하고 편협한 관점이 유입돼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오점도 있겠지만 논의의 진정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역사를 다루는 신선한 관점들이 유입된다면 역사학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학의 관점에서, 정치학의 관점에서, 경제학의 관점에서, 농민의 관점으로, 가족사의 관점에서 등등. 그 것은 모두 역사학의 가지이지 역사학의 사생아들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책 또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이 마지막까지 정화 이야기를 다룰 때처럼의 좀 더 신선하고 열정적인 시선이 넘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