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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최루성의 글들을 싫어한다. 처음부터 슬프게 하려고 작정한 신파조의 드라마, 소설. 모두 내게는 마뜩찮다. 특히, 사람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감정인 사랑을,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의 힘으로 낭떠러지 끝으로 끌어내리는 글이야말로 그 중 제일이다. 그런데 이 글은 사랑하는 이를 죽였다가 살리고 다시 죽음과 연결짓고 마지막에는 그마저도 사실인지 아닌지 혼동하게 한다. 이 책은 사람의 감정을 극에서 극으로 몰다가 막판에는 유행중인 '반전'으로 혼란스럽게 만들 작정인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것에서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모티브만 있을 뿐 실제로 독자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작가 혼자만 신나게 노는 꼴이었다. 사람들이 기막힌 반전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그렇다. 어떤 기막힌 반전이든, 그것이 몇번이고 허를 찌르든 그것은 독자들을 완전히 믿게끔 사실화 시켜놓은 상황에서 다른 믿을만한 증거를 들이대며 독자를 놀래켜야 한다. 독자를 수긍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글은 그저 불쾌한 사기극에 지나지 않은지. 이 책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거나 반전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모두 허술함을 지울 수 없었다.
작가의 열과 성이 담겼을 이 글이, 그리고 수백만을 감동시켰다는 이 글이 나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분명, 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와 감동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대열에 끼지 못한 것은 내가 모자라고 부족한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내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 이것은 그저 내 느낌이고 내 감상이다.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