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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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그 기준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 말이다. 내 경우에도 사람들이 많이 본 책이니까 뭔가 얻을 것이 있겠구나 싶어서 사기도 하고, 그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최루성의 글들이 아닐까 싶어 피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느꼈던 생각은 후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고보니 '아차'싶었다.

 이 책은 긴급구호 전문가로 탈바꿈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묶은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쓴 이 글들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세계 밖에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긴급구호가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내가 알고 있던 세계는 손바닥만한 '지도'에 불과하고 그 지도 밖에는 너무나도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세상에 사는 어려운 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긴급구호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왜 '지도 밖으로 행군'해야 하는지 이 책은 너무나도 잘 설명해주었다.

 나도 월드비전을 통해서 약간의 돈을 기부했던 적이 있었지만, 통장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돈만 자꾸 눈에 보이고, 이런 느낌은 보람이나 감동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중도에 지원을 포기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약간 마음이 바뀌었다. 나에게는 몇 푼 안되는 돈이 그들에게는 큰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라도 빨리 다시 지원을 시작해야 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느낀 또 다른 것은 한비야라는 사람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예전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멋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이 번에 그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것이다. 특히, 인생을 하루로 볼 때 40대 중반은 점심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이라며 결코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어서 내 삶의 한 마디로 삼고 싶어졌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사는 저자를 보며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하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한비야의 문체라고 해야될까? 한비야의 글도 매력적이었다. 쉽게 술술 읽히고 엄숙한 글이라기 보다는 이야기같은 문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쉽지만 결코 가벼운 것도 아니었다. 오랜 생각 속에 나오는 깊고 여운이 남는 생각의 실오라기를 쉽고 편한 문체에 담은 것이다. 쉽지만 결코 쉽사리 나오지만은 않았을 지은이의 결과물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빼앗겼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몇 안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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