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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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종합계좌가 발매 첫날 만에 32만 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이사(ISA)'는 신중히 하라는 조언도 많은데 대단한 수치다. 지금은 돈이 없기에 망정이지, 수중에 여유자금이 있었으면 나도 은행 창구로 달려갈 뻔했다. 그리고 은행 직원의 몇 마디 말을 듣고 가입해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콩나물 값 백원, 이백원은 아끼면서도 정작 큰 돈을 쓸 때는 호방해진다. 차나 집을 살 때, 보험 같은 금융 상품을 살 때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합리적인 인간'이 주인공인 시장경제에서 나는 이토록 비합리적이어도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성공한 다큐멘터리 '자본주의'의 연장이다. 전작 <자본주의>도 훌륭했지만,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사람들의 소비는 비합리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보험회사는 불안을 먹고사는 것이니 불필요하게 여러 상품을 가입해서는 안된다, 원 플러 원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지침이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허무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적절한 저축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 너무나 많이 들어온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금융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자녀가 있는 집안에서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기에 다시 한 번 듣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전작 <자본주의>에 비해 함량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가 되는 것은 국가의 역할과 돈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면담한 석학들의 인터뷰를 책 곳곳에 싣고 있는데, 눈에 띄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자주 하는 '내 돈 내 맘대로 쓴다'는 말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해석이 가슴에 와 닿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나 혼자만의 행복이 그렇게도 중요할까. 어떤 제도든 오류가 없는 것은 없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 안에서 최적을 찾는 것과 옳지 않은 것은 개선하려는 자세이다. 시장만능을 이야기하며 자본주의의 역설에 눈 감는 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손'이 세게 뒤통수를 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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