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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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유별나다. 정규교육시간으로도 모자라 0교시가 편성되고,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밤에도 학생들을 붙잡아놓는다. 오래 공부하는 만큼 성과가 높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의 교육을 배우라고 할 정도이다. 이 정도면 탁월한 성취라고 자랑스러워할 만도 한데, 한국의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의외로 높다. 이 책도 교육을 매개로 한국 사회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 걸까?

 

문제는 너무나도 치열한 경쟁에 있다. 누구 하나 쓰러져도 눈 깜빡하지 않는 극도의 전투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경합에서 이기기 위해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니다. 너도나도 공부라는 좁은 우물에서 각축하다보니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그래서 공정함을 위해서 정량화된 시험이 도입되고, 시험을 위한 과정이 생기고, 다시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교육을 듣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숨 막힐 듯한 경쟁은 그 자체로 해악이지만, 공정하자고 만든 여러 제도들도 다양성을 훼손하고 모든 지식과 경험을 획일화시키고 있다. 뛰어난 손기술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교육이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장된다. 지은이의 말대로 교육이 우리의 온 삶을 식민지화하고 있는 셈이다.

 

공부가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6~80년대를 거치면서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처럼 공부를 통해 신분상승이 충분히 가능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청년들은 공부 중이라는 명찰을 달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모두가 만족스럽게 자리를 나눠가질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교육과 경쟁에 투신하는 삶은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공부는 더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삶을 성장시키는 학습과 경험을 통한 배움은 계속되어야 하며, 더 치열해져야 한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사회 전체를 시험과 경쟁, 획일화하는 교육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메시지도 좋고, 접근 방법도 좋았다. 대담형식이라 읽기조차 좋았다. 젊은 세대에 대해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하지만 단 하나 눈에 거슬렸던 것은 불필요한 영어단어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전문용어도 아니고, 그저 영어단어에 있는 느낌때문에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거북했다. 치열한 토론이 한가한 지식인들의 잡담으로 전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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