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신명나게 읽었다.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며 맞장구치며 읽고, 실실 웃으며 유쾌하게 읽었다. 사실 요즘 어디를 가나 경제가 어렵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하나같이 다 죽는다며 아우성이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정말 물리도록 경제를 살리겠다며 난리다. 이런 풍경 속에서 지은이는 불황이 맞다고 단언하고 나선다. 제목부터가 '불황 10년'이다. 더 나아가 2008년부터 셈해 10년인지, 아니면 올해부터 시작해 10년일지 모르지만 당분간 불황이 계속된단다. 정말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하지만 낮과 밤이 번갈아오듯 불황도 필연적인 과정이라면 이 시기는 어떻게 건너가야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지은이 만의 해답이다.

  지은이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실패했다며, 정치가 당분간은 불황을 단축시키거나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는 실패했지만, 개인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미래를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답은 기본적으로 '소박한 삶'에 있다. 우선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재산 증식의 도구로서의 '집'은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러한 시기에는 현란한 재테크 보다 저축을 통해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일본이 20년 동안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이토록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 국민들의 높은 저축률 때문이라는 말은 상식과는 다르지만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지은이는 더 나아가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이자는 데까지 나아가는데 이 주장을 체화하는 데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

  모두 공감이 가는 조언들이다. 하지만 남들은 다 뛰어가는데 나 혼자서만 양반처럼 걸어가자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파국으로 달려가는 게임에서는 좀 더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긴 할 것이다. 또, 생각해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시작하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중요할 것 같다. 재벌가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이미 화려한 플레이는 틀린 셈이다. 내 능력으로 일확천금을 얻기에도 시간이 걸린다. 운명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소박하지만 옹골차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 아닐까. 

  내 나이 서른. 지은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30대의 생존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믿기 어렵지만, 내가 바로 그 대한민국의 미래 중에 하나다. 일단 작지만 우습지 않게 내 한 몸을 세우고 싶다. 내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아담하지만 튼실하게 가꾸고 싶다. '돈이 생기면, 행복할 이유가 있는 가정은 그 이유 때문에 행복해지고, 그 이유가 없는 가정은 돈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진리를 믿는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불황을 버텨내면 화려하지만 한없이 냉혹한 이 사회도 그 불필요한 껍데기가 벗겨지고 고갱이만 남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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