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느낌표 선정도서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에 있었다면 이 책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과 군대의 책꽂이에서 아는 이름의 책을 발견한 안도와 기쁨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봉순이 언니는 비교적 윤택한 '짱아'집안의 식모이다. 짱아는 봉순이 언니를 대모로 느끼며 자란다. 짱아에게 봉순이 언니는 집안 식구들과는 대비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집안 식구들은 윤택한 집안의 식구들이 대부분 그렇듯 자신과 자기 식구들에 대한 관심이 전부이며 주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방조한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자주 절망과 역경과 삶의 배신에 부딪히지만 '이 사람만은 다르다'는 희망을 갖고 고난 중에도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짱아는 어렸을 때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고 너무 애늙은이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짱아는 가족들에 비해 상당히 역동적이고 그나마 생동감있게 비추어진다. 하지만 자라면서 짱아는 점점 자신이 속한 가족과 같은 계급의식 속으로 들어가고, 짱아에게 봉순이 언니는 점점 잊혀진다.

결국, 화자가 봉순이 언니를 다시 기억하는 것은 '희망'의 길을 좇는 것이고 자신의 계급 밖으로 관심의 눈을 돌리는 것이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원조를 그치지 않는 길이다. 어른이 되면서 그 존재를 거의 잊게 되었던 봉순이 언니를 책의 마지막에 와서 다시 상기하고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봉순이 언니'를 통해 다시 그 길을 가기로 했으니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공지영씨의 다른 책에서도 눈에 띈 부분인데, 수식어가 많고 긴 문장이 종종 눈에 띄어 읽는 데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자주 들락거리는 모래내와 신촌, 아현 일대의 6~70년대의 풍경이나 그 시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생소하긴 하지만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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