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시간 -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건 심리적 시간이다
스티브 테일러 지음, 정나리아 옮김 / 용오름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부쩍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게 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게 느끼는 친구들이 많아 놀랐다. 무슨 법칙 같은 게 있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첫째는 출퇴근시간에 따라 매일 같은 일정을 반복하므로 무감각화 매커니즘이 발동하여 하루의 상당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살아가는 것, 둘째는 싫든 좋든 업무에 바쁘게 몰입하게 되므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끝으로 24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 쏟게 되므로 여가시간 등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이것이 직장생활과 동시에 시간이 빨라지는 이유이리라.

 

지은이는 시간의 길이를 주관적으로 느끼는 법칙 다섯 가지를 설명하고,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파한다. 시간의 심리학 법칙이란 나이가 들고 몰입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과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평소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상태에 빠지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거나 아예 멈추어 버린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사실은 익숙하지만, 몰아(沒我)의 지경에 빠지면 시간이 느려지거나 멈춰버린다는 발견은 고승들의 선문답 같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지은이가 제시하는 시간을 길게 쓰는 방법이란, 새로운 경험(정보)을 늘리고, 무감각하게 흘려보내는 일상을 마치 아기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 보약을 챙겨먹고 운동을 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을 늘릴 뿐이고, 그렇게 얻은 시간을 알차게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같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그리고 새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시간을 단순히 몇 시간, 몇 달, 몇 년의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한다. 시간은 개인의 경험, 즉 경험의 주관적 인식과도 관련이 깊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긴지 짧은지를 논하는 일반적인 기준도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았는지는 단순히 달력을 몇 장 넘겼는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삶을 어떻게 살았고 어떤 의식 상태로 살았는지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인의 인식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_ 225

 

지은이는 상대성이론, 임사체험, 현대물리학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이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언급은 과거와 미래란 없고 오직 현재만 있고, 그것이 있다가 사라질 뿐이라는 통찰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현재를 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깨달음이 아닐지. 저자가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방법으로 소개한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를 실천해본 적이 없어서 아직 그 약효는 모르겠으나, 아무렴 그 어떤 보약보다는 오래 사는 데 효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든 미래든 결국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며 실제로는 오로지 하나의 시점인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마감이 존재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그로 인해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만이 존재하기에 시간이 왔다가 가버린다며 아쉬워할 일은 없다. _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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