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 1 -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1940년대만큼 중요한 순간은 더 없을 것 같다. 분단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고, 독재의 발판이 이 시기에 마련되었고, 친일파는 이 시기에 사회 주류로 자리잡았다. 2005년 현재를 움직이는 사건들이 바로 1940년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이 시기를 되돌아보는데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만큼 좋은 책이 없는 듯 싶다. 물론, 이 시기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전문서가 있기야 하지만 대중들이 접할만한 수준의 책은 이 책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훑다 보면 마치 내가 이 시대를 산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면 지나친 것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강준만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삼 그의 부지런함을 상기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1940년대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은 김구와 연관되어 있었다. 이승만의 노선이 아닌 김구의 노선대로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이 시대를 보는 나의 눈이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한 정당은 백범기념관에서 행사를 갖기도 했다. 개혁세력을 표방하는 이 정당은 김구 선생의 휘호를 당사에 걸기도 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지만 조금 개혁적이다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시기의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김구를 꼽는다. 나는 지금까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다들 김구일까 하는 생각을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강준만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김구는 1948년 부터 암살당하기 1년 전까지만 남북연합 노선을 걸었다. 그 이전은 애매모호했다. 아직도 김구와 연관되는 '38선을 베고 죽을 지언정 단정에 참여할 수는 없다.' 라는 말과 함께 연상되는 분단을 막는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김구의 모습은 최후의 1년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물론 그 1년 여의 활약만으로 김구는 존경받을만 하다. 하지만 과연 김구만 그 노선을 걷지는 않았다. 김규식이 있었고, 여운형도 있다. 하지만 여운형은 좌파에 기울었고 좌파에 알르레기 반응을 일으키는 우리 사회의 풍속때문에 여운형을 지지 한다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안전하게 김구를 지지하게 되는 것이라는 강준만의 지적은 새롭고 일리가 있는 말인 듯 싶다.

이 시기는 극단과 분열의 시기였다. 여운형과 김규식의 노선대로 좌우합작을 보다 빨리 잘 실현했더라면 우리나라가 분단에 이르렀을 것인가. 중간파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고 지금도 그렇다. 우파고 좌파고 극단에는 답이 없다고 나도 믿는다. 합리적인 좌, 우의 대화와 타협에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1940년대에는 이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분단에 이른 원인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여순사건과 4.3사건 등 해방후 좌익척결 작업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했는가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익이 좌익을 싸그리 죽였다고 해도 그 것은 천인공노할 일인데, 우익이 좌익만 죽인게 아니라 이념에 관심없는 민간인도 처참하게 죽였다는 것은 짐승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좌익의 우익에 대한 공격과 살해가 있었을 터이지만 대한민국 건국 후 이뤄진 이런 국가 차원의 학살에 비길 수 있을까. 우리가 제대로 된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비극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 그것이 역사를 대하는 사람의 올바른 태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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