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힐링(치유)이 대세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한국인들의 심리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힐링캠프라는 이름을 단 TV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런 흐름을 타고 이른바 ‘힐링서적’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다. 혜민 스님은 미국의 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동시에 수행 생활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스님은 외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공유하였고, 그것이 SNS를 타고 큰 유행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책을 묶여, SNS와 무관한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스님의 글은 짧지만 쉽지 않고, 어조는 부드럽지만 내용은 강렬하다.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많은 이들의 기운을 불어넣는 좋은 글들이다. 그 내용은 대체로 일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태도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든 문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관조하고, 기도하고, 성찰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스님은 삶에 대한 태도를 이렇게 바꿈으로써 삶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관계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면 굳이 삶이 바뀌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고, 그렇게 삶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부딪친다면 예전보다 삶의 문제들이 해결될 가능성이 커지며, 그렇게 되면 더욱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힐링 메시지가 사탕처럼 달콤하지만 그리 유익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즉, 힐링 메시지의 범람은 자칫 현실에 만족하고, 각종 부조리를 긍정적으로 감내하고 살라는 패배주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추고, 깊이 관조하는 자세가 개인의 성숙은 물론, 사회 구조의 문제를 파악하고 현상의 원인을 찾는데 오히려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혜민스님의 메시지가 언뜻보면 일상에서 초탈하는 도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일상 속에서 더 현명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스님의 말을 각자 잘 소화시킨다면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돕는 영양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혜민스님의 메시지 중 잠깐 물러서서 - 성령이라고 표현하든 불성이라고 표현하든 종교를 초월한 - 내 안의 힘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에게는 가장 절실하게 다가왔다. 앞으로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운 듯한 느낌이다. 트위터에 올렸던 것들이라 글들이 짧고 읽기 쉽다. 바빠서 논리적 전개가 긴 책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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