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청목 스테디북스 71
다니엘 디포우 지음 / 청목(청목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읽혀야 될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꼽았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어렸을 때주위로부터 로빈슨 크루소가 소위 세계명작이라는 이유로 읽기를 강요당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읽지 않다고 나는 최근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은 후에 바로 드는 생각은 이 책이 왜 세계명작일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이 가치를 갖는 것은 높은 문학성 때문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가지는 의미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가 중류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편안하다고 충고하는데도 불구하고 모험을 떠나는 로빈슨의 모험심이 아이들에게 주는 좋은 영향 때문에 소위 세계명작으로 지속적으로 읽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로빈슨 크루소'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진출 시대에 뒤이은 영국의 해외 확장 시대와 맞물려서 출판되었다. 그만큼 이 책은 당시 영국인들의 확장주의와 그에 따른 자신감, 모험심 등을 담은 시대적 산물이다. 로빈슨이 무인도에 살게 된 이유도 흑인 노예를 수송하는 일을 하러 아프리카로 가다가 생긴 일이었고, 로빈슨이 하인으로 삼는 프라이데이 또한 백인에게 충성스러운 흑인 노예를 표상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당시 시대의 서구확장주의와 서구인의 자신감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의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문화다원주의가 대두되고 인종차별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21세기에 이 책이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인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또 하나는 로빈슨 크루소라는 인물에 대한 것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끊임 없이 생산해 낸다. 섬에 혼자 남겨지면 고독감에 지쳐버릴 것 같은데 로빈슨은 그렇지 않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섬에 홀로 있으면서도 고독에 대해서 깊이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생계를 위한 생산만 충족된다고 살 수 있을까.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심과 굳센 의지, 독립심, 자신감은 읽는 이에게 감동과 희망 그리고 교훈을 주겠지만 너무 인간같지 않다는 점에서 나는 로빈슨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도서출판 청목'의 번역본에 대해 너무 실망스러웠다는 점이다. 오자가 너무 많았다. 오자 한 두 개 정도는 실수로 봐줄 수 있지만 너무 잦은 오자는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의 문고본이라도 품질은 일반 서적에 뒤떨어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출판사의 배려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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