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형경의 사람풍경천개의 공감을 읽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 서너 군데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입하여 보았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도 책을 읽고 나서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아 모호하다. 오히려 책을 읽기 전보다 읽은 후가 더 찝찝하다. 어쩌면 내가 그의 책에서 위로를 기대했던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책에서 기대했던 것과 그녀가 책을 통해 말해주려고 했던 것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내 멋대로 기대한 것이므로 이 허탈한 감정은 모두 나의 몫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김형경은 오랜 시간 그녀를 붙잡아왔던 문제들에서 제법 자유롭게 된 듯하다. 사실 나도 나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도달해있는 그런 경지는 아닌 듯하다. 나는 그저 집 안에 낡은 곳은 보수하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고, 외벽의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녀가 인도하는 곳은 아예 집을 새로 장만하는 길인 것 같아 그녀를 따라가기가 겁이 난다. 내가 원하는 건 남이 흘린 김치국물을 불평 없이 닦아주고, 채식을 하며, 수행과 기도를 하는 삶이 아니다. 출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이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다만 마음속의 불편함을 털어내고 조금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하나의 우화가 꾸며냈다. 탁구를 배우고 싶어 현정화에게 배우러 갔다. 그녀는 탁구로 인해 맛보았던 희열과 쾌감을 열심히 설명하며 몇 시간이고 탁구를 가르쳐준다. 나는 회사일을 마치고 피곤해 현 감독의 훈련이 괴롭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겠지. “현 감독님, 저는 단지 탁구를 취미생활로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탁구를 즐기며 땀도 흘리고 사람도 만나고 그저 재밌게 살고 싶을 뿐이예요. 탁구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마치 선수가 되려는 듯이 배우지 않는다면, 탁구를 알 수 없습니다.”

 

김형경처럼 깊이 발을 담그지 않으면 그녀가 만난 마음의 평화에 닿을 수 없는 것일까. 그 과정을 밟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지금은 발을 넣다 빼었다하며, 책을 읽었다 덮었다 하면서 망설이고 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6 14:36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