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존재잖아요. 많은 혁명이, 그 혁명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반동에 의해 금방 물거품이 되고, 그렇지만 동시에 혁명했던 것이 결코 완전히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사는 발전해가잖아요. 온전한 혁명도 없고, 완전히 효과가 없는 혁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작은 혁명을 해야 된다. 우리가 그런 자세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야 되는 거죠. ‘지속적인 열정을 다해서 혁명가의 심정으로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노력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겉으로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은 말로만 하거든요. 그러면 세상을 바꿔내지는 못하죠." -14쪽
이렇게 풍요로운(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시대에도 굶어 죽는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동네에서 굶어 죽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원순은 전통 시대의 마을 공동체, 상호부조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서양처럼 복지국가 시스템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마을 공동체마저 무너졌기 때문에 만인이 만인과 투쟁해야 하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23쪽
부모님은 그런 기대를 한 번도 내비친 적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되라고 한 적이 없었어요. 그 대신 끔찍이 사랑해주셨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탕아, 탕자는 결국 돌아온다. 아무리 잘못된 길로 자식이 가더라도 부모의 사랑이 깊으면 그 자식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제대로 살면 자식이 그것을 보고 배우고 따라갈 수밖에 없죠. -32쪽
검사 그만두고 올라오는데 어떤 변호사님이 서예 작품을 하나 선물로 줬어요. 변호사할 때 사무실에 걸어 두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 구절이 이런 겁니다. 대덕大德이면 득기위得其位라, ‘큰 덕을 쌓으면 자리는 저절로 얻는다’는 말이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자기 덕을 쌓을 생각은 안 하고 자리를 탐하는 데만 앞서 있잖아요.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자리는 저절로 오는 건데요. 그런 실력 없이 자리만 탐하면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죠. -40쪽
일을 하다가 벽이 나타났을 때 ‘벽이 나타났습니다. 안 됩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을 제일 미워합니다.(웃음) ‘그 벽을 한번 뛰어넘어봐라, 아니면 옆으로 돌아가봐라, 아니면 땅을 파고 터널을 만들어라, 아니면 그냥 한번 밀어봐라’ 이렇게 얘기합니다. 탐정소설 루팡을 보면 비밀의 문이 있잖아요. 책장을 밀면 비밀의 문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밀어보라는 거죠.(웃음) 온갖 시도를 하다보면 안 되는 일은 없다, 그것이 저의 체험적 경험의 소산입니다.-73쪽
그런 것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해도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의 어느 인권단체 정문에 가면 ‘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대가다(Freedom is price of eternal vigilance)'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이 다 이유가 있는 거죠. -172쪽
저는 끊임없이 정리하라고 말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책 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요. 누구나 자기 경험을 정리해놓으면, 그게 설사 부족하고 일부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 다음 사람이 한 계단 딛고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것을 지적하는 일은 쉬우니까.-140쪽
뭐든지 일을 꾸밀 때는 먼저 소문부터 내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자기도 끌려갈 수밖에 없어요. 인간은 누구나 약한 존재잖아요. 자기를 하나의 흐름 속에, 제도 속에 집어넣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161쪽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 분명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지원이 그냥 지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게 되면 우리의 경제체제와 시스템으로 북한을 견인해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게 ‘퍼주기’가 절대 아니라는 건데요. 사람들이 그런 이면을 잘 모르는 거죠. 예컨대 일본의 전후 배상정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180쪽
우리 연구원들에게 ‘한 분야에서 1등부터 5등까지 (물론 그게 등수가 딱 매겨질 수 있는지는 잘 몰라도) 최고의 전문가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해봐라. 인터뷰가 끝나면 당신이 1등이다. 당신이 최고의 전문가다’ 라고 얘기합니다. 이게 농담이 아닙니다. 1등은 절대 2등한테 안 물어보잖아요. 2등은 3등한테 안 물어봐요. 그러니 각자 자기 것만 알고 있는 거죠. 1등부터 5등한테까지, 모든 것을 듣고 나면 답이 딱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198쪽
저는 늘 ‘우리는 쫀쫀한 것을 좋아해야 된다, 술 먹고 큰소리치는 사람을 존경하고, 면 서기처럼 작은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비하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세운 정책을 실천하는 면 서기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사람의 몸이 머리뿐만 아니라 팔, 다리, 발 모두 소중하듯이, 그렇게 해서 우리가 치밀해질 수 있는 만큼 치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세해져야 합니다. 큰 틀에서 패기만만한 것도 중요하지만 미세한 부분을 그려내고, 고려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가 큰 것을 망칠 수 있어요. 저는 작은 결점이라도 발견되면 무조건 다시 해오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결점이 큰 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기길 요구합니다. -200쪽
제가 공무원들하고 일해보니까 무엇보다도 열정이 없어요.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고 했는데 진정으로 국민과 시민을 위한 봉사정신이 느껴지지 않아요. 흔히들, 공무원들이 세 가지 타령을 한다고 해요. 법과 규정이 없어 못한다는 ‘법령 타령’, 예산이 없다는 ‘예산 타령’, 선례가 없다는 ‘선례 타령’인데요. 정부의 관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지요. 새로운 시대를 열려면 공직사회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218쪽
저도 처음에는 비판받는 것에 적응이 안 돼서 분노하고 억울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비난받을 일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욕을 하시더라고요.(웃음) 누구에게나, 어떤 쪽이든 리더가 된다는 것은 비판도 함께 따르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잘해도 비판받을 요소는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비판이 없었나요. 비판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잃었잖아요. 관용하고 성찰하는 태도가 굉장한 덕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69쪽
말도 안 되는 사람의 극단적인 얘기가 인구에 회자되도록 만든 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런 얘기가 신문과 방송에서 버젓이 얘기되는 게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뉴욕타임스>나 NBC나 ABC 방송에서 다루겠습니까. 정신 나간 사람의 얘기를 실어주겠어요? 그런 점을 지적했죠.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들의 얘기가 많이 나오고 그래야 합니다. 극좌가 됐든 극우가 됐든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회자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얘기를 했죠. -280쪽
노동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요. 좌우간 모든 것은 정부가 앞장서면 잘 안 됩니다.(웃음) 정부는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요. 정부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런 일은 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모두 다해버리려고 해요. 갑자기 사회적 기업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거예요. 부작용이 커질 겁니다. 뭐든지 자립성이 중요해요.-289쪽
‘이것은 누가 해도 되는 일인데 어떤 사람이 하면 안 되는 일이 있고, 이것은 누가 봐도 안 되는 일이고, 누가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늘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340쪽
자신의 주체적인 기준과 가치와 인생의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확실하면 남하고 비교할 이유가 없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거니까요. 우리는 그런 게 없으니까 늘 휩쓸려 다니는 거죠. 누가 좋은 집 사면 따라 하고, 차 사면 따라 사고,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훈련입니다. 인생의 길이라는 것이 오색 무지개 같은 다양성이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는 거죠. 모두가 다 따라야 되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데요. 인간의 삶은 다기多岐하고, 그 다기한 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390쪽
사람은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거든요. 실수를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을 하면 성공 못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실수를 기꺼이 용인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속에서 완벽하게 짜놓고 말하려면 영어가 안 되거든요. 그 사이에 상황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그 말은 쓸 수가 없는 거죠. 말 한마디 못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쓰고 고통스럽고, 젊은 시절에 실패한 삶들이 나중에 더 큰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삶의 철칙입니다. -393쪽
사상체계가 정립되고 나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장을 먼저 가보라고 하고 싶어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많은 경우에 정리가 됩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정리는 사상누각이에요. 현장 속에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허해질 수가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416쪽
미래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축적이 미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하나로 통해 있어요. 제가 벌여놓은 일들을 잘 정리하고, 잘되도록 하는 것이 미래이기도 하지요.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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