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인간을 다룬 글을 좋아한다. 평전, 자서전, 인터뷰는 물론이고 정혜신이나 강준만의 인물비평도 좋다. 특히 정혜신이 쓰는 ‘심리평전’은 독특한 재미가 있다. 역사가가 쓰는 평전은 학문적 엄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보다는 눈에 보이는 사실을 중시하게 된다. 어떤 행동을 했는가, 어떤 배경이나 상황에서 그러한 선택을 했는가가 초점이 된다. 하지만 심리학자 정혜신은 그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을 꿰뚫어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그래서 정혜신의 글을 좋아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끼며, 동시에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적으로 이룬 성취나 사회적 위치를 감안하면 ‘대단하다’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오지만, 휘장을 걷고 한 발짝만 안으로 다가서면 대단한 사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반복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 7쪽  
   


  저자는 모든 사람은 대단하지만 동시에 대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자체로 대단하지만, 또 인간이기에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인 것 같다. 정혜신은 정몽준이나 이명박, 박근혜를 다루는 글에서는 그 금언의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대단해보이지만 결국은 대단하지 않은, 한 인간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혜신은 이창동과 박찬욱, 문성근을 다룰 때는 지극히 얌전해진다. 이름만 들어도 대단해보이는 사람들이 정말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사실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라이벌매치라 보러 갔는데 볼넷만 뿌려대고 제대로 된 승부는 나오지 않으니 답답한 것이다. 이럴 바에는 ‘vs’라는 대결방식을 버리고, 개개인에 더 집중하는 것이 옳았다. ‘개별화’, 그것이 정혜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원래의 시선이 아니었던가?

   
  나는 ‘개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진보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문제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 8쪽
 
   

  글을 읽다보면 인간이란 자기의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결국 대통령이든 ‘일개’ 시민이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옳은 것인지 치열하게 성찰할 때 그 개인으로서나 그 사회로서나 발전할 수 있다. 그럼, 내면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기의 무의식적인 욕망이 덕지덕지 묻은 결정을 해놓고서는 ‘우국의 결단’이라고 칭하는 사람은 어떤가? 답이 없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상담소를 찾는 수밖에.

   
  고뇌하고 회의하는 ‘자기성찰’이 동반된 행동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법이다. -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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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6-0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저 사람일 뿐이죠...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송도둘리 2011-06-03 18: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