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뻔했다.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 들기 이전에 나는 웃었고 때론 울컥했다. 이 영화는 재미를 주는데 성공한, 그리고 관객들 각자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잘 만든 상업영화다. 80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여학생들의 우정을, 지금은 누군가의 아내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잊고 지냈던, 그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까딱하면 뻔해보일뻔 했던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다. 아역배우부터 성인연기자까지 그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특히 유호정의 아역을 맡은 심은경과 소녀시대 리더역을 맡은 김신아의 연기는 특히 돋보인다. 어쨌든 이 영화를 흥행으로 만든 것은 배우들의 힘이 크다. 강형철 감독은 모든 아역배우들에게 거하게 한 턱 내야할 것 같다.
다소 길게 느껴지는 시위대와 전경 속에서 펼쳐지는 써니와 소녀시대 간의 격투신은 이 영화의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민주화 운동은 다소 코믹하게 그려지는데 극중 나미(유호정, 심은경 분)의 오빠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지만 입만 살아있고 능력은 다소 부족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또 나미의 어머니의 입을 통해, 40대가 된 지금은 '직원들의 월급을 가지고 도망'가는 타락한 신세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시위대와 전경 속의 코믹한 격투신을 보아야 할 것이다. 강형철 감독은 80년대 엄혹한 독재의 시대, 민주화라는 커다란시대적 과제 속에서 개인의 청춘을 내던진 사람도 있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10대와 20대의 청춘의 꽃같던 시절을 보낸 사람도 많았음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즉, 엄청난 시대적 과제 속에서 잊혀지기 쉬운, '민주화 투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찬란했던 청춘의 시절을 조명해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시위 현장에는 강경대와 김귀정은 없고, 써니와 소녀시대의 코미디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워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써니'에게 '화려한 휴가'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강경대와 김귀정은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어야 하고, 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 삼촌과 고모들의 청춘을 본다. 민주화 운동과는 전혀 관련을 맺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아왔던 내 가까운 얼굴들을…. 그리고 이유없이 웃고 이유없이 즐거웠던 나의 중학교 학창시절을 건네다 본다. '사총사'니 '오총사'니 소수정예의 비빌언덕을 만들어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했던 그 때를 추억해본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무수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잘 만든 상업영화다.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