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조선명탐정>은 상업영화의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만약 이몽룡 같은 탐정과 방자 같은 조수가 나온다면 구태여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트 같아 보이지만 행동은 ‘허당’인 탐정과 멍청해 보이지만 의외의 명석함을 보여주는 조수가 나오는 영화라면 어떨까? 아마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은 웃기 시작할 것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엘리트이미지가 강한 김명민과 다소 모자라 보이는 오달수를 각각 ‘허당’과 ‘볼매남(볼수록 매력있는 남자)’으로 둔갑시키면서 관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청순한 이미지의 한지민을 ‘팜므파탈’의 요염한 여인으로 변신시켜 남성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데도 또한 성공했다. 더군다나 오달수나 김명민 그리고 한지민 모두 나에게는 ‘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이고, 이 영화를 통해 ‘변신’까지 한다고 하니 극장으로 발을 옮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하나의 흥행공식이라면 숨 막히는 반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던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영화는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를 부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쓰고도 범작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고, 그런대로 교훈을 던져주며, 그런대로 볼 것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민망함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원래 원작자체가 그런 내용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반전이 너무 도식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전은 한마디로 ‘뻥’이다. ‘뻥’은 그럴듯하고도 강력하게 한 번만 쳐야지 아무 때나 일삼아 치면 ‘반전’이 아니라 ‘사기’가 된다. 이 영화는 반전이랍시고 계속 ‘뻥’을 치는데, 한 번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는 더 큰 거짓말을 해야 되듯이 점점 ‘뻥’이 커진다. 그 결과 나중에는 정조(正祖)가 시골마을까지 친히 친위부대를 이끌고 내려와 주인공의 목숨을 구해주는 지경에 이른다. 이쯤되면 도저히 믿어줄려고해도 믿어줄수가 없는 ‘반전’이라는 이름의 ‘사기’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후반부로 갈수록 크게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음은 물론이다. 더 웃긴 것은 그동안 숨겨놓았던 속임수들을 영화가 끝날 때 미주알 고주알 다 찾아서 직접 말해준다는 것이다. 관객이 알아서 생각하고 여운을 느낄 여지를 전혀 남겨놓지 않는다. 끝으로, 마지막 흥행공식이라면 속편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일텐데, 이 영화도 ‘1년 후’ 라는 자막과 함께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엔딩크래딧을 띄우고 있다.  


  물론 반전에 대한 강박증은 비단 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마찬가지고 따지자면 동서고금을 통틀어 반전에 집착하지 않는 영화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앞서말했듯이 반전이 ‘뻥’이라면 그럴듯하게 치는 것이야말로 작가와 감독의 능력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사기전과가 없는 초범 같았다. 흥행공식을 너무 티나게 도식처럼 그려냈다. 주연 배우 모두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이들이지만 이 어색한 사기극 속에서 배우들 역시 중심을 잃고 역할과잉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 그런지 실망도 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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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0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진 영화 리뷰네요. 추천 꾹~

송도둘리 2011-02-08 08:59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