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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한창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너 외롭구나>라는 책이 큰 힘이 되었다. 지금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여전하지만, 그 때는 더더욱 어디로 나아가야 좋을지 불안하면서도 나태한 내 자신에 대해 화가 많이 나있었다. 그런 나에게 던지는 김형태의 조언은 엄했다. ‘당장 일어서라. 넌 네 힘으로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떠올린 것은 비슷한 말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형태가 쌀쌀맞지만 속은 깊은 형 같았다면 김난도는 자애로운 아버지 같았다. 물론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아버지란 존재는 술을 드셔야 겨우 용기를 내어 그동안 마음에 담아 놓은 말들을 잔소리처럼 늘어놓으시는 분들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내 머리 속에서 한껏 이상화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 책은 다 알고 있는 잔소리지만 아버지 당신의 인생에 빗대어 솔직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는 그런 조언 같았다.
이 책은 막연한 불안과 좌절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던져주고 있다. 인생을 좀 더 멀리보라는 말은 법학에서 행정학으로 그리고 다시 소비자학으로 좌충우돌하면서 진로를 변경해왔던 저자의 삶과 겹쳐져 더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라는 표현 역시 멋들어진다. 또, 좀 더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는 일에 주저하지 마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일이 아닌 오늘의 삶을 바꿔나가라는 조언 역시 우리 젊은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라 생각된다. 다른 조언들도 새겨들을 만하지만 종이신문을 보라는 것이나 글쓰기 능력을 키우라는 조언은 다소 독특한 충고 같아 흥미롭다. 신문의 위기를 말하고 손으로 글 쓸 일이 줄어드는 정보화시대에 지난 시대의 유습을 권하는 것 같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금새 설득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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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바로 코앞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늦가을 아름다운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가 되려 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일찍’ 꽃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매화가 세상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가? 가장 훌륭한가? - 본문 3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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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조언들이지만, 그 누가 읽더라도 좋은 이야기들인 것 같다. 하지만 사회의 구조적인 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춘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책일 수도 있다. 저자는 맹목적으로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나 그것은 개인적인 해결책일 뿐, 당장 현실에서 부닥치는 구조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지방대 출신,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라든지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괴물이라고,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이야기들 할지 모르지만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바로 몇 주 전에 나는 한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공무원 면접이 정말 공정한가요? 필기는 실력으로 판가름 나니까 믿을만 면접에서는 지방대출신이라고 차별받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물론 절대 그런 일이 없다는 댓글이 다수였지만 사람들 내면에 있는 공포와 의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는 글이었다.
개인 차원의 구도(求道)는 결국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은 개인 차원에서 행복을 얻는 법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을 사회적 차원으로 시사점을 던져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실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한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사회가 실수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시도를 겁내는 것이 내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면 그때는? 아니면 이런 상황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정책결정자가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실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므로 일단 내가 마음먹은대로 해보겠다고 고집하는 경우 말이다. 정책결정의 민주적 절차를 고민하지 않고도 우리는 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자기계발이 자기 안의 혁명에 머무른다면, 사회 전체로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계발의 외연이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행복은 날개 하나뿐인 행복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춘에게 반쪽짜리 날개를 얻는 법밖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안다, 나도. 고민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을 위해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을. 나 역시 ‘사랑하는 아들아’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준’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에서부터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펙 만들기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라고 할 때, 왜 우리가 스펙 쌓기에 연연하게 되었는지, 왜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행복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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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기본적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는 기업이나 사회에서 원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그런 학문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성인이다. 이를 ‘학문후속세대’라고 한다. 가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대학 졸업생을 뽑아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가 없다. 새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나는 이것이 잘못된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예비 신입사원 양성기관이 아니다. 당장 기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그런 지식을 받아들이고 비판할 수 있는 지성과 학습능력을 연마하는 곳이다. - 본문 28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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