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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 전4권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의 재회다. 불사조 기사단을 읽은 것이 언제쯤이었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실 그 때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했지만 나는 너무도 뜨뜻미지근했다.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내게, 마법과 내가 모르는 쌩뚱맞은 세상에 대해서 집중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읽을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얼마 전 휴일에 우연하게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를 1편부터 5편까지 다시 본 것이 기회가 됐다. 하루 종일을 투자한(!) 그 시간 동안 뭔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들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최근에 개봉한 영화까지 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영화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정말, 책에서 중요한 부분만 잘라서 붙여넣기한 동영상같다고나 할까. 사실 책을 영화화한다는 건 엄청난 위험을 내포한다. 왠만해서 영화는 책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책에 담겨진 오밀조밀한 사건들을 영화는 모두 담지 못한다. 길어야 두 시간 남짓하는 시간에 영화는 담아야 할 것만 추려서 담게 마련이고, 결국 그건 '만화로 읽는 세계명작' 수준이 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책의 모티브만 얻어서 재창조하지 않으면 영화로서의 가치나 생명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같은 대작은 감독 마음대로 재창조할만한 위험을 감수하기도 힘들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못들은 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뻔한 영화가 될수밖에 없지만 어쩔수없이 뻔한 모습으로 그렇게 나오고야 마는 것은 아닐지.
사실 영화가 책을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우리는 헤르미온느 그래인저의 모습을 우리는 엠마 왓슨의 얼굴로만 기억하고 있으니까. -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의 영향력은 참 대단한 것 같다 - 하지만 내 사견이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책을 읽지 못한 사람에게는 희열을 줄지 몰라도,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망을 주기 마련인 것 같다. 혼혈왕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온통 어두운 영상으로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듯 보였지만, 책에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자주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러브스토리는 정말 계속 미소를 짓게했다. 또, 스포일러만 아니었다면 더 깜짝 놀랐을테지만 6편 역시 엄청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무튼 다시 만난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덕분에 7월의 마지막 주 휴일은 정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