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시간 정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사실 일종의 취직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시험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설상가상으로 공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터라 원래는 책을 사두기만 하고 시험이 끝나고 읽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고 나니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챕터만 보고 나머지는 다음에 읽기로 타협을 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마지막 장까지 보고야 말았다.

  읽고나니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식견이 있는 지도자였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가 생전에 했던 말처럼, 수십 년 후의 역사에서는 그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꽤 많은 시간 나는 이 정권이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노무현 개인과 참여정부의 잘못 탓이 크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사사건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물론 참여정부의 실패에는 노무현 자신의 실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도 불완전한 인간이므로.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노무현 그 자신이 이 책 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력과 태생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시장권력. 그리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자리매김한 언론권력. 대한민국의 권력지도를 구성하는 세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장과 언론의 두 권력이 마음먹고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책임이 없는가? 아니다. 국민은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던가. 너도나도 ‘부자 되세요’, ‘7% 경제성장’ 등등의 말들에 들썩거리며 우리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이 정권이 말했던 ‘부자’와 ‘경제’가 나를 부자로 만들고, 나를 위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몸으로 분명히 느끼고 있지 않은가. 모두 민주주의의 주체가 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것을 이루고 있던 막연했던 구조가 노무현의 분석으로 좀 더 명확해졌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의 사고의 폭과 깊이가 굉장히 넓고 깊었구나’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시간이 좀 더 주어져서 그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이, 그것들이 현실이 되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더더욱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 의식 있는 시민들에 의한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끊임없이 학습하는 깨어있는 시민권력에 의한 민주주의라면. 그의 죽음으로 시민들에게 각성을,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는 죽음으로 이미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은 것이 아닌가. 역설적이게도 그의 죽음으로 그의 꿈의 반 정도는 이미 이룬 것이 아닌가. 아쉬움을 억지로 위로해본다.  

 

  물론 한계는 있다. 나는 아직 나 자신조차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다. 한 인간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사랑도 부족한데 시민에 대한 믿음은 사치다. 시민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단 말인가. 쉽게 흔들리고 기억력도 낮고 때로는 우둔하기까지 한 시민이 어떻게 권력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를 변혁해나간단 말인가. 백년하청이지. 말이야 바른말이지 서로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마저도 화합하지 못하고 삿대질하는 게 현실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 너무 짧은 생각 끝에 얻은 전환이고 급박한 끝맺음인지 모르겠지만 - 인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한 능력, 영웅, 이상을 기대할 때 꿈은 현실과 괴리되고 분열과 좌절을 가져온다. 막연한 기대는 현실을 왜곡한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을 때 이상은 현실이 된다. 부족한 시민, 불안전한 인간에 대한 인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신뢰하게 될 때, 연대와 타협 그리고 발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노무현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더욱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노무현 개인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진보와 가치,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그리고 시민 개개인이 연구자가 되고 각자 자신의 생활 속에서 삶을 개혁해나가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힘을 믿어야겠다. 5년, 10년의 반동은 역사의 흐름에서 정말 짧은 시간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반동은 이보다 더 길었지만, 결국 그 때 추구했던 가치들은 계승되고 현재까지도 발전되고 있지 않는가. 노무현 그가 추구했던 가치,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가치를 결합해서 패배주의와 회의주의를 극복하고 계속 전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겠지만.  

 

  사족이지만, 이라크 파병에 대한 노무현의 인터뷰 내용 중에 타협할 수 없는 ‘원칙’, 원칙을 위해서 타협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부분이 있다. 내가 4시간의 시험공부를 포기한 것은 타협할 수도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시간을 통해 내 생의 원칙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리고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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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28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노무현 읽기로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해도 괜찮을까요?
10월 토론도서를 선정하지 않았거든요.

송도둘리 2009-07-28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강추입니다. 우선 인터뷰형식이라 딱딱하지 않고, 노무현 자신의 육성이라 더 와닿는 면도 있구요. 노무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