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문을 걸어 잠근 사람들은 마술적인 변화를 원한다. 지긋지긋하게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길 바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기대감을 낮추자. 작은 변화에도 감사하고, 내가 먼저 믿으려 노력하자. 완벽한 대상은 없다. 나 또한 실수덩어리다. 내가 믿고 따르는 사람은 완벽해야 하고, 한치의 흠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소망은 마술적 기대일 뿐이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불안정하고 실수하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것, 나도 완벽해질 수 없고 누군가에게 언제나 의존하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뢰의 중요한 전제다.-42쪽
애써 부정하려 했던 내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 미안함, 우울한 감정을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부딪치도록 노력하자. 자꾸 원인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온전히 그냥 그대로 안고 느껴보자. 느낌 가는 대로 가봐야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믿음의 문제가 걸려 있을 때는 논리적인 설득만으로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없다. 내가 먼저 느끼고, 미안해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느껴보려 노력할 때 자연스레 정서의 튜닝이 이루어진다. 믿음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내가 먼저 문을 여는 만큼 나에 대한, 또 세상에 대한 신뢰는 만들어질 수 있다.-43쪽
사랑을 돌봄으로 착각하거나 오직 그것만을 바라는 사람은 그래서 항상 2퍼센트 부족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돌봄의 시기가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더 나아가 성적인 매력까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인간에게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92쪽
인간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발달을 해야 하는 존재다. 그 발달의 길 한 모퉁이에 머무르기보다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용기,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만용도 때로는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as if'에 대해 상상하기 보다는 최소한 한 번은 저질러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98쪽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내가 몇 번째 자식으로 태어났는가, 형제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다. 현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를 얼마나 변신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모가 나든, 섬세하든, 우직하든 사람의 성격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각자 나름대로 최선의 적응을 한 결과물이다.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처럼 온화하고 지혜로우며 너그러울 수는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면 된다. 처음 가족이란 연극에서 내게 주어진 배역을 해냈듯이. 그렇지만 평생을 가족 드라마만 연기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훌륭한 배우가 주어진 역할을 모두 잘 소화해내듯이 사람살이도 그렇다. 그리고 그 성격의 총화가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도 상황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맞추어 적절하게 나를 그들의 눈높이와 집단의 필요에 맞추어 변신할 수 있는 유연성 또한 인간 성숙의 중요한 지표다.-117쪽
자유란 자기의 책임에 대한 의지를 갖는 것 (니체)-138쪽
나도 실패할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따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 자라날 것이고, 비록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곧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완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따뜻하고 즐거운 환상과는 안녕을 선언하는 셈이지만 불완전하고 뭔가 모자라도 훨씬 현실적인 세상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139쪽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이 기댈 때 받아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140쪽
친밀감이란 서로의 관계를 아주 가까운 거리로 당겨놓는 거싱 아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는 것, 그리고 그걸 유지할 줄 아는 것, 그 안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성숙한 독립된 개체 사이의 친밀함의 요체다.-144쪽
사람은 좋은 친구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남의 친구가 될 때 더 행복한 것이다. (러셀)-165쪽
안정적인 관계는 한 사람을 흡수통합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물이 흐르듯 유연한 물결 속에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거리와 내가 원하는 거리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서 '적정거리'를 산출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랑의 요체다.-187쪽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희생과 절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가 완벽해야 한다고 여기거나, 내가 이만큼 하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는 식의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을 견지할 때 부정과 의심의 세계는 문을 활짝 연다.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치보다 파트너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항상 높다. 왜냐하면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내가 실현하지 못한 자아 이상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는 이런 환상적 기대치를 현실적 기대치로 낮출 때 유지될 수 있다.-188쪽
마르틴 부버는 '너에게서 생성되어 나를 겨냥한다.'는 말을 했다. 관계없는 성장이란 없다. -221쪽
인생이란 영화에서 자신이 주연을 맡았는가 조연을 맡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맡은 역할에 내가 만족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240쪽
중요한 것은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고, 무엇을 하는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내가 거기서 만족을 얻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인생의 의미와 만족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241쪽
남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 감정의 문을 열어야 한다.-264쪽
공감능력은 미미한 자극과 반응으로 서서히 커진다. 그리고 내가 노력하는 것만큼 나도 변한다.-272쪽
'나도 틀릴 수 있다', '나도 남에게 의존할 수 있다', '온전히 내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그런 가능성을 열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반성과 후회가 가능해진다.-281쪽
'지금부터 20년 뒤 여러분은 잘못하고 후회할 일보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밧줄을 던져버리십시오.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나 멀리 항해하십시오. 무역풍을 타고 나가십시오. 탐험합시다. 꿈을 꿉시다. 발견합시다.' (마크 트웨인)-294쪽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떤 것이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니체)-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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