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생의 모든 문제는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프랑스 정신분석의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서 "인간의 한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33쪽

나를 갈망하면서도 내게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내게 서운함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내게 투정하고 매달리는 대신 거리를 두었으며, 어느 순간 나를 향해 품었던 애착을 분노로 바꾸어버렸다.-36-7쪽

"사랑의 행위 속에는 고문이나 외과 수술과 아주 흡사한 것이 있다."…(중략)…사랑의 진정한 위력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사랑할 때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넘어서서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사랑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인간 정신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한다.-38-9쪽

분노는 사랑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이다.…(중략)…사랑이 생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듯 사랑의 뒷면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65쪽

대체 인간은 유년으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70쪽

그동안 내 사람이 길고 긴 만성적인 우울증 상태였구나 하는 것이었다. 삶이 어딘가에 막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는 듯한 느낌, 불투명한 막이 한 겹 의식을 덮고 있는 듯한 느낌이 바로 우울증의 증상이었다. 20대의 그 막막하고 암울한 느낌, 30대의 그 무력하고 적막한 상태가 죄다 우울증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느꼈지만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 수 없는 상태, 생이라 부르는 것의 실체나 본질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 그것도 모두 우울증의 증상들이었다.-74쪽

우울증은 내 마음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난장판이며, 정신의 착오일 뿐이었다. -77쪽

생이란 본디부터 그렇게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고 소란스럽고 깨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것을…(중략)…삶의 안정을 꿈꾸는 대신 어떻게 파도타기의 중심을 잘 잡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91쪽

자기 존중감이 확고한 사람은 불필요하게 가상의 경쟁자를 설정하지 않으며, 설사 환상 속에서 경쟁하는 일이 있더라도 쉽게 패배하지 않는다.-149쪽

상대방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으면서도 상대방의 행운에 대해서 조차 수치심 없이 분노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시기심이다.-157쪽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184쪽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 속에는 네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어떤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때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네가 싫어하는 것이 실은 네 자신의 일부이다. 늘 이것을 명심하거라."-186쪽

사랑에서도 삶에서도 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진정한 삶으로부터 이만큼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 것이라 기대하면서.-196쪽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분노가 아니라 '무관심'이듯, 생의 반대말은 죽음이나 퇴행이 아니라 '방어의식'이 아닐까 싶다. 방어의식은 사랑을 영원히 자기 삶의 바깥에서 서성이게 만든다.-199쪽

콤플렉스는 부정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이다. 정신생활에 필요한 요소로서 극복하거나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것을 끌어안고 사랑해야 한다. 콤플렉스를 사랑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수치스러워하고 숨기려 했던 그것이 의식 안으로 통합되는 순간, 좀더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이 나오게 된다. 콤플렉스가 내 것이 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223쪽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인 채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건강하고 진정한 자기애이다.-240쪽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그런 점들도 끌어안을 수 있게 된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241쪽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고, 일의 능률을 높이는 방법이고,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법이라는 것을 알았다.-267쪽

자기 존중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칭찬에 더 많이 황감해하고, 더 많이 지배당하기도 한다.-320쪽

외부에서 오는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내면에서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는 아기를 돌보고 격려해야 한다.-321쪽

지지의 태도를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으면 타인의 칭찬에 그토록 들뜨거나, 외부의 비판에 그토록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 중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321쪽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 오래도록 그런 상태에 처해 있었다.-353쪽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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