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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평선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3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끄럽고 복잡한 서구의 도시를 떠나, 첩첩산중의 동양의 산 속으로 들어가면 샹그릴라가 존재한다. 그 곳에 가면 늙지도 않고 평화와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걱정도 없고 번뇌도 없는 무념무상의 낙원이다. 하지만 그 입구를 알 수 없고 그 출구 또한 찾기 어렵다. 샹그릴라 안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갑자기 늙어져 죽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서구인들 생각 속의 '샹그릴라'가 먼저 생겼을지 아니면 이 책이 그러한 생각의 근거가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산업혁명 이후에 서구인들의 그런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티베트 어디쯤일 것으로 묘사되는 샹그릴라에 서구인들을 위한 도구들이 완전히 준비되어있다는 생각도 우습다. 결국 샹그릴라는 동양의 낙원이 아니라, 서구인들을 위해 마련된 또는 예비된 공간일 뿐인가. 역자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수호에 대한 의지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생각까지는 얻지 못했다.
그런 시각으로 굳이 이 책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영원히 늙지 않는 평화로운 그 곳에 가고 싶지는 않다. 사실 쾌락이란 긴장과 그 긴장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느껴지는 것이지, 계속적인 이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