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는 법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글은 소박하고 다정한데 제목의 무게에 눌려 밋밋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이 글은 '~법'이라는 식의 해결을 주기 위해 씌어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그동안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 글을 통해 호감이 커졌다. 책날개의 저자소개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인물정보를 봐도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듯 한데 이렇듯 아저씨같은 풍모를 보여줄지는 생각치 못했다. 유머가 넘치고 옆집 아저씨 같달까 그런 느낌이 든다.

  귀담아 들을 내용도 있다. 대체로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개성 넘치고 마니아적이며 소통에 어색한 일본 젊은이들을 위해 씌어진 책 같다. 나는 나 혼자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님을 기억하고, '개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부분에서 일본 젊은이들을 보는 저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또한, 무의식의 세계의 중요성과 융통성있는 삼분법적 사고, 생활에서의 마이너스를 인생에서의 플러스로 바꾸는 긍정적 사고와 같은 부분은 우리에게도 유익한 이야기들 같다.

  저자가 추진하고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병원'이라는 캠페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에필로그 부분에 담겨있는데, 이부분도 흥미롭다. 소변검사를 위한 소변을 들고 나오면서 '굴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다소 지나친 염려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삶과 죽음이 일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다소 둔감해질 수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배려들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소설가나 의사나 인간의 고통 속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는 저자의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삶에 대한 대단한 통찰이나 정보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기 쉽상이지만 나이 지긋한 인생 선배에게 어떻게 살아야하나 경험을 듣는 정도의 부담없는 자리를 생각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면서 사랑받기만을 요구하는 사람은 왠지 애처롭다는 저자의 말도 자꾸 머리를 맴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