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2disc) - 할인행사
김상진 감독, 나문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과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알지 못하지만, 일단 영화에서 받은 느낌은 '한국적 코미디'로 만드려고 많이 노력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농촌 노총각 근영(유해진)의 일대기, 국밥집 사장 권순분(나문희)여사의 가족사 등등. 영화 곳곳에서 원작을 우리식으로 바꾸고 조폭과 욕이 등장하지 않는 훈훈한 가족 코미디로 만드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아쉽다. 나문희 여사만의 매력과 박력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고, 이야기도 축축 쳐지고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간간히 터지는 웃음도 뒤로 갈수록 힘이 딸린다.


  억척스럽고 호탕하면서도 정이 많은 권순분 여사를 그려내기 위해서 사투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는 건 공감이 가는데 문제는 너무 어색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야기도 큰 틀만 있고 정교하지 않은 느낌이라 어색한데 사투리까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미애(윤주련)와 권순분 여사가 산행하는 장면은 특히 고욕이었다. 두 사람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하이톤으로 대사를 주고 받는데 그 청각적 고통이란 정말. 두 분 다 사투리를 잘 하시는 편이지만 미애는 대사가 짧아서 정말 경상도 여인처럼 생각될만큼 자연스러웠지만, 대사도 길고 비중도 많은 나문희 여사의 경우에는 갈수록 가짜 경상도 할머니인 티가 팍팍나서 영화의 어색함을 더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것이리라. '거침업이 하이킥'으로 거침없는 기대를 갖게 했던 나문희 선생님이 나오는 영화라서, '주유소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의 영화라서 더 큰 재미를 기대했지만, 사실 거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짧지만 강렬한 사투리를 보여준 미애씨와 '두뇌명석, 배포충만, 아량백배'의 만화같은 영웅 권순분이 아닌 '열혈남아' 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현실적인 영웅으로서의 나문희 선생님을 다시 스크린에서 봤으면 좋겠다. 어쨋든, 원작이 애초에 이렇게 엉성한 이야기라면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정말 이렇게 뜬구름 잡는 '가짜 영웅' 코미디말고 신선하고 현실적인 코미디 없을까? 난 정말이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빅재미'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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