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마다 취향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책 추천의 효용에 대해서 의심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추천이 책을 읽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 아버님께서 책을 반납하시면서 넌지시 ‘이 책도 굉장히 좋은 책인데’라고 한 마디 던지신 것이 책을 읽은 이유가 되었다. 곳곳에 그어진 밑줄과 한 귀퉁이가 접혀진 책장이 마음을 심난하게 하였지만, 읽다보니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 앞날개에 적힌 2005년 동아일보 선정 서울대학교 3대 명강의 중 하나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경험으로 체득한 ‘재미있는 강의는 학점이 짜다’는 프레임은, 책을 읽는 내내 저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프레임에 의해 해석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 사례들은 이미 널려있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콩깍지 커플’만 봐도 그렇다.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보다는 개인의 프레임에 의해서 해석된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내가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책에 수록된 ‘감각의 불확실성’에 관한 작은 실험들을 보면 깨지게 되어있다. 이 책의 새로움은 프레임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지혜롭고 더 나은 삶을 열 수 있다는 발견에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심리학과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나들고, 이야기도 가벼움과 무거움의 수위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저자는 심리학 실험과 사례를 통해 시종일관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세상은 ‘프레임’에 의해서 해석되고, 내 프레임이 왜곡되어, 어딘가 찌그러지고 굴절된 세상을 보고 있다고 해도 그 불편함을 느끼는 일도 쉽지 않고, 그 프레임을 다른 프레임으로 바꾸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니라 ‘한계’를 아는 것이 지혜이기 때문에 그 점을 알고 노력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습관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도스토예프스키도 말했다지 않은가. 오늘, 내일 ‘최상의 프레임’을 가지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아, 그러고보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읽고도 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흡사 재미있는 강의를 듣고도 학점을 잘 못받은 경험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프레임도 부단한 노력으로 '재미있는 강의는 학점도 달디 달다.'는 프레임으로 바뀔 수 있을까? 두고 봐야겠다.


  사족으로, 이런 의문도 든다. 어차피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있다면, 그리고 각각의 프레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면 과연 진리 또는 공통된 사실은 존재하는가? 각각의 프레임으로 인한 차이는 합치될 여지가 없는가? 라는. 프레임이라는 소재는 여러 모습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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