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만한 속편은 있는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고들 한다. 특히 성공한 전편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이 말이 거의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망설였다. 전편을 읽으면서 눈물 콧물 흘리고 극찬에 가까운 서평을 올린 터라,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전편에서 쌓은 호감도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해 읽고 나서의 평가는 '역시 전편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별점을 후하게 주고 저자에게 가졌던 그동안의 호감을 유지하는 이유는 '여전히 사람 냄새 나기 때문'이다.

  없는 이야기를 가공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동행' 시리즈는 원래 있던 이야기를 저자의 감수성으로 되살린 글들이기 때문에 전편과 비교하여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여전히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으며 밤잠을 설치게 했다. 분명 이런 일들은 우리의 옆집 앞집에서도 분명히 벌어지고 있을테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삶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작가의 노력과 감수성, 그리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저자의 재능이 전편과 다름없이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글들이 전편에 비해 흔들리고 신선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전편의 글들이 더 안정되고 깊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 글들은 저자가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쓸 수 있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독자를 사로잡는 글솜씨이지만 '내 마음의 악마, 위선'이나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기도'라는 책장 곳곳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저자의 감정이나 느낌을 이해하지만 '내 기억 속의 야비한 책장'과 같은 표현은 글쎄, 독자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미덕은 우리가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막연하게 느끼던 '의사의 삶'과 주변 이웃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해의 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오해와 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대화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다툼과 편견은 이해하지 못하는 또는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인생을 혼자서 높은 벽과 담을 쌓고 퍽퍽하게 살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책의 책장을 덮고 나서 연락한지 오래된 친척이나 친구의 안부를 묻는 것도 좋겠다. 접시에 음식을, 과일을 담아 굳게 닫힌 옆집의 현관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겠다. 당장에 주위 사람들과'동행'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화'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