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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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비야의 팬이다. 비록 그녀의 공식적인 팬클럽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그녀의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삶과 글이 참 좋다. 이 책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그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긴급구호가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중국을 떠났던 그녀의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근1년만에 한비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여전히 활기넘치고 신선하며, 깊고 따뜻하고, 더군다나 쉽기까지 하다. 그녀의 글은 본받고 싶은 생활 글쓰기의 표본이다.

  한비야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리 뜯어봐도 남들보다 특별한 점이 눈에 띄지 않는데 너무나도 특별한 삶을 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 나를 포함하여 - 이 시대에, 그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걸 '진짜' 하면서 산다. 우리 어머니 또래의 나이인데도 '어머니'라는 느낌보다는 '이모'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꿈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 20대의 젊은 청년들도 하지 못하는 멋진 삶을 그녀는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책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우리의 대리만족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대리만족으로 끝이 아니라 그녀의 글이 불쏘시개가 되어 우리의 삶 속에서도 빛을 낸다면야 더 좋고.

  한비야는 열려있다. 생각이나 마음 모두, 나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 열려있다. 그래서 출근길에 자주 보는 중국남자에게 '니 하오'라고 먼저 인사를 하고, 중국사람에게서 나는 이상한 냄새를 통해 자기자신의 마늘냄새를 돌아볼 줄도 안다. 마음이 열려 있으니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도 소중히해서 1년간의 중국체류에서 만난 사람들과 돈독한 인연을 맺는다. 다른 사람과 문명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하는 자세. 그래서 그녀는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와 경험들을 자기의 것으로 포용해서 더욱 커지고, 더욱 성장하는 것같다.

  이 책의 제목은 <중국견문록>이지만, 말꼬투리를 잡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국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타 여행기와는 다르다. 그녀는 보고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보고 듣는 '외부자'가 되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행이 외국의 유명한 유적과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녀는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의 후반부는 긴급구호가로 산다고 했던 한비야. 내가 알기로 그녀는 자신이 결심했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그녀는 긴급구호활동 후에는 우리나라를 위한 대외정책이나 협상의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 후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다가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싶단다. 내가 지금의 저자 나이 정도되면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루었을까? 나는 그녀의 뜻대로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의 꿈이 바뀌어서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나는 그녀의 삶을 '스토커'처럼 주시하고, 끝까지 격려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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