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디셉션 포인트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고상숙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휴식도 책과 함께 하다니, 그게 무슨 휴식이냐 싶기도 하지만 가끔 스릴러나 추리 소설들을 방바닥에 드러누워 읽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댄 브라운은 '휴식 파트너' 중 단연 일등인 작가다. '천사와 악마'를 통해 파문을 예고하고 '다빈치 코드'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후에 '디셉션 포인트'를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 휴식이 필요할 때 읽어야 겠다 생각해두었다가 근래에 다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조금 어려웠다.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는 시온수도회나 프리매이슨 그리고 상징들같은 종교나 기호학적인 사실들이 어렵게 느껴지긴 해도 재미있었는데 이 책에서의 운석이나 우주 관련 사실들은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마이클 톨랜드의 고야 호와 잠수함의 생김생김도 언뜻 머리에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다.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이야기의 무대와 소재가 옮겨진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작가가 이 번 소설에서는 소재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유발하는데 약간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NASA의 재정파탄과 잦은 실패를 대통령의 국정실패로 몰아붙여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색스턴 상원의원. 그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NASA 무용론은 NASA를 지키려는 세력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음모가 시작된다. 그 음모의 비밀을 알게된 사람들과 비밀을 지키려는 세력들 간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대결은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들의 싸움 이면에는 권력에 대한 집착과 잘못된 애국심 그리고 정적이 쓰러뜨리려는 정치문화, 돈과 로비로 점철된 선거와 같은 정치의 어두운 모습들이 담겨있다. 이 모습들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현실이기도 하고, 그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정부기관의 잘못된 충성심과 애국심은 가까운 과거에 익히 우리가 보아왔던 현실이며, 권력에 대한 집착과 돈에 얽힌 선거는 바로 현재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적이 쓰러져야만 내가 산다는 정치문화 또한 조선시대의 사화부터 분단,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소설을 읽으면서는 주인공들이 과연 살지 죽을지 조마조마하면서 봤지만 다 읽고나자 우리나라의 정치의 한 단면을 본 듯해서 께름찍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본 작가의 책 세 권 모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밀회로 끝을 맺는다. 정말 '인간에겐 공포의 감정과 성적 충동이 가장 가까운 것'인지 생사가 달려있는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참 잘도 사랑을 느낀다. 이런 부분이 거친 스릴러에 부드러운 낭만을 섞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참 억지스럽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드라마를 볼 때도 '이 둘이 이어졌으면'하고 내 일인양 극성을 떠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던가. 원래부터 세계명작을 읽는 기분이 아닌 할리우드 스릴러를 보면서 휴식을 찾으려는 심산으로 보았으므로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허를 찌르는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이건 정말 아닌데' 싶은 억지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놓은 '이야기 뒤집기'에 놀랐다. '이것 만은 말이 안돼'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한동안 이해가 안되서 투덜거리기도 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들을 읽으며 썼던 서평마다 했던 말이지만, 이 책 역시 '잘만들어진 할리우드 스릴러'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봤고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여름 휴가때 피서지에 누워서 할리우드 스릴러에 몸을 맡기고 그 속도감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보다는 저자의 전작인 '천사와 악마'가 더 재미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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