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라디오 스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이준익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정말 '제대로' 보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군복무중이라 개봉일을 놓치고 말았다. 영화가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부대 내에서 볼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엉겁결에 봤다가는 빠져들지 못할 것 같아서 참고 참고 또참다가 어제서야 DVD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영화는 많고 많을 텐데 영화를 본 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그 여운을 떨치기 힘들다. 박중훈이 부르는 '비와 당신'의 멜로디가 머리 속을 맴돌면서 장면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영화를 세네번 봤다는 극성팬들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영화는 88년 한 방송사의 가수왕이었던 최곤을 조명한다. 그 화려함도 잠시, 장면이 바뀌어 몰락해서 변두리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곤을 비춘다.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지만 최곤은 전성기때의 오만함을 버리지 않았다. 그 오만함을 있는 그대로 봐주며 대접해주는 사람은 매니저 박민수 뿐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최곤이 너무나 얄미웠다. 뭣도 아닌게 옛날의 영광에만 집착해서 거들먹거리는 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박민수 역시 애들 버릇 없게 키우는 부모들처럼 너무 답답하게 보였다. 두 사람 모두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서 지금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기회에 어쩔 수없이 영월의 라디오 방송 DJ를 맡게 되어 내려가게 된다. 원주방송과 통폐합 하기만을 기다리는 국장과 박기사, 원주에서 좌천되어 여기까지 오게된 강PD 그리고 몰락한 왕년의 스타 최곤까지!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모두 영월에 모인 격이다. 원주방송과 통폐합 되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방송에 임하는 국장과 박기사, 언젠가 서울에 가서 진짜 PD다운 PD로 이름을 남겨보고 싶은 강PD, 일단은 아쉬워서 하지만 이따위 촌구석에서 이러고 있는게 너무나도 불만인 최곤. 도무지 잘해보려는 의지 없이 하루하루 '날림'방송을 하던 차에 그들은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어쩌다가 전파를 타게 된 터미널 다방 김양의 방송이 지역주민과 '날림 방송 4인방'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소통의 장으로서의 라디오의 역할을 깨달은 그들. 드디어 현실에서 재미를 찾고 슬슬 의욕을 가져보려는 찰나,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의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 최곤을 캐스팅하면서 박민수를 배제시키려고 한 것. 박민수는 최곤의 장애물이 되기 싫어서 또, 그동안 관심을 못가졌던 가족들의 삶을 위해 최곤을 떠나기로 한다. 최곤은 자기를 버리는 박민수를 향해 분노를 표시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박민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방송 또한 영월에서 전국으로 송출되어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극중 '이스트 리버'로 등장하는 '노브레인'의 라이브 송들과 철지난 음악들과 박중훈이 맛깔나게 부르는 '비와 당신'과 같은 노래들로 더욱 빛난다. 영화의 쓸쓸하지만 어둡지 않은 분위기와 음악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영화가 끝나도 음악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영상 또한 화려하지 않지만 여운이 있어서 계속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다. 극중 안성기가 김밥을 꾸역꾸역 먹는 장면이라던지, 마지막 장면인 안성기가 우산을 최곤과 나누어쓰는 장면이라던지. 정말 억지로 웃기지도 않고 울리지도 않는 언뜻 촌스러워 보이는 이 영화는 마치 조미료를 섞지 않은 엄마의 음식처럼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준다.
 
  안성기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일품이고, 박중훈은 최곤이라는 캐릭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투캅스'의 영광이 사라진 박중훈이라는 배우도 사실, 우리에게서 많이 잊혀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최곤이 영월방송의 라디오 DJ로 재기하듯 그는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자기 이름을 다시 알렸다. 최곤이라는 캐릭터가 딱이다. 최정윤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나왔고, 박기사나 국장님의 연기도 재미있었다. 노브레인의 감초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다. 

  라디오와 잊혀진 스타, 산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락밴드, 시골 다방 아가씨…아웃사이더들. 아웃사이더들이 부르는 낮지만 질리지 않는 리듬에 푹 빠졌던 115분이었다. 이런 영화도 성공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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