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한겨레신문에서 정혜신칼럼을 보다보면 참 재치있다는 느낌이 들어 한 번 감탄하게 되고, 정치문제를 이렇게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수 있구나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이다보니 가지게 된 직업적 시선이 정치적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서도 투사되게 되고 그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독특한 형식의 인물평전에서도 그 신선함과 독특함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요새 신문을 보다보면 대통령에게도 정신과 전문의를 하나씩 붙여야 된다는 말을 보게 된다. 노대통령의 발언들을 문제삼아 비꼬듯이 한 말들이지만, 이 책을 보다보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대승적 결단이라고 말하는 공인들의 행보도 그의 성격에 좌우되는 면이 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공적으로 움직이는 것같은 그들도 결국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강박적 성향에서 비롯된 성격적 특징이 삼성이라는 그룹에 미치는 영향,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조증 무드의 징후가 대우라는 기업에 미친 영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왕자병적 성향이 정치에 미친 영향. 저자의 심리학적 분석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면서 긍정하게 된다. '아, 이 사람의 이런 성격때문에 이런 말과 행동을 했구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들도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될 때 앞서 말한 사회 유명 인사들에게 정신과 전문의를 하나씩 붙여주자는 급진적(?)인 주장에도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것이다.

 사회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심리학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도 신선하지만, 두 사람을 'VS'의 구도에 놓아 비교하는 방법도 무척 재밌었다. 누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같은 위치에 놓고 비교할 생각을 했으며, 누가 김종필 전 총재와 앙드레 김을 같은 잣대로 평할 생각을 했겠는가. 이 책은 시종일관 신선하고 새롭고 재미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저자는 공정한 입장에서 '심리학'적으로만 평가한다고 책에서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비해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더 성격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박종웅 전 의원보다 유시민 의원에게 더 많은 기대를 보여준다. VS의 앞에 언급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냉철해지고 신선해지다가도 VS의 뒤에 붙은 사람에게는 너무 조신해지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이고 만다. 매 장마다 공정하게 두 인물을 다루겠다고 강조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저자의 제발저림이나 옹색한 변명으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벌써 2007년. 이 책이 언급한 인물 중에는 이미 우리들의 눈에서 멀어진 인물들이 많다.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누굴까라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의미가 있는 작품들을 이른다지만, 사실 이런 책들은 시의성이 생명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등장하는 철 지난 책을 읽으면서도 참 신나고 재미있었던 것은 순전히 저자의 솜씨때문이었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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