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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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한 몰입감과 속도감. 서늘하고 어스름한 현장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역시, 정유정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완전한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말하려고 했던 바가 신유나라는 인물을 통해 제대로 구현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과 자기애라는 주제는 또 그것대로. 온전히 섞이지 않은 느낌이었다. 서로 겉돌다가 책장을 덮고 나면, 재빠르게 사라진다. 솔직히 말해, 기대에 못 미친다.


  만약 '고유정 사건'이 없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무서운 일이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이미 몇 년 전 현실로 일어나버렸다. 바로 이 점이 소설의 생동감을 떨어뜨린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현실을 통해 얼추 알고 있으니까. 어쩌다 소설의 상상력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 걸까. 갑자기 스산한 느낌이 든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동의할 수 없는 개념이었으나,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 P112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신앙에 가까웠다. 타협이 있을 리 없었다. - P115

타인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건 행동의 의미를 스스로 설명해내는 일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는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유나를 잘 안다고 자부해왔으나, 막상 까보니 착각이었다. 안다고 여겼던 건 유나가 아니었다. 유나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었다.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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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7 0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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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7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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