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 7 - 혼노 사의 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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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전국시대 이야기가 삼국지만큼이나 재미있다고들 한다. 개성이 강한 인물들도 많고, 그들의 이합집산이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자기네들의 혼란을 마무리 짓는 과정이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물려 있어 마냥 즐기기에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을 빼고라도 삼국지와 가장 큰 차이는, 죽음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길고, 상세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도 할복과 가이샤쿠로 이어지는 무사들의 죽음에 대해 최대한 비장하게,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리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자결하는 인물이 있었던가? 있었다고 해도 이처럼 그 과정을 자세히 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자결했다' 한마디로 표현해도 그 비극성이 충분히 드러날 텐데, '죽음의 미학'이랄까, 이런 부분은 아무리 접해도 참 생경하기만 하다. 삼국지를 읽을 때, 배고픈 유비를 위해 자기 아이를 내다바치는 산골 농부(?)가 나오는 부분을 볼 때의 불편함, 매스꺼움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문화에 대한 나의 몰이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승자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한 시대의 천재 또는 풍운아로서 일본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은 맞지만, 그의 성격적 결함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다 노부나가의 모든 행동의 그의 혜안과 계획에서 나온 것인 양 그리고 있다. '그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패배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노부나가의 계획, 웅대한 포부, 천하인으로서의 자기희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패배의 원인이 있는 양 그려진다.

가령 그럴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미쓰히데가 홧김에 에이잔을 불태웠다면 그것은 단순한 폭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경우가 달랐다. 그는 진실로 일본의 평정을 한 걸음 전진시켰으니까... _ 165쪽

  아직 직장의 말단에 있어서 그런지, 나는 오히려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공감이 가면서 읽었다. 까마득한 부하들이나 동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한다면, 알 듯 말 듯 한 지시를 해놓고 결과물에 대해 꾸짖음을 당한다면, 나라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상의 천재 중에 괴팍한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작은 성취를 얻은 그들 모두 막돼먹게 행동할 '노부나가의 권리'를 획득했다고 믿는다면 그 얼마나 꼴불견인가. 박정희와 김재규도 떠올랐고, 크고 작은 CEO들의 갑질들도 떠올랐다. 아, 진짜 밥벌이의 어려움이란.

  지나치게 비장한 결말, 그리고 '죽음 이상의 죽음'과 같은 할복에 대한 레퀴엠이 몰입을 헤친다. 좀 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전국시대를 그린 소설은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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