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무원에게 묻다 - 당신이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가? 어떤 일, 어떤 삶 5
윤기혁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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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출근하기 싫었던 것 같긴 하지만, 요새는 특히 심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어떤 일이든 이런 식으로 하면 욕은 안 먹던데.’라는 요령만 늘었다. 상사는 그놈이 그놈 같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짜증스럽다. 이 책에 있는 말대로 '초심'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그들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7)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살다가 정말 그저 그런 아저씨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진작에 잃어버린 열정이란 것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짧은 인터뷰 모음집이라 금세 읽었다.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그래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간접경험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지망생을 위한 정보와 현직 공무원들이 공감하는 경험담 사이에서 길을 잃어 어중간해졌다. 둘째는, 날 것의 인터뷰가 아니라 지은이가 나름대로 정리하다 보니, 간이 너무 세진 것이 아닌가 싶다. 글에 너무 힘을 준 탓에 오히려 읽기 어색해지는 부분이 많다. 대화는 생각보다 너무 짧고, 글쓴이가 덧댄 부분이 많다 보니 재료는 잘 우러나지 않았는데, 국물이 좀 짜다.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쓰는 열정, 나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그가 부럽기만 하다.


특히 업무로 고민할 때면 ‘서무(庶務)‘가 되지 말고 ‘주무(主務)‘가 돼라‘고 합니다. 서무는 제출된 자료를 합쳐서 상사가 볼 수 있게 정리하는 거예요. 주무는 작성할 자료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때론 필요한 자료를 받아서 자신이 직접 최종 마무리하죠. ‘서‘에서 ‘주‘로 한 글자 바꾼 것이지만 꼼꼼하게 주도하는 업무 태도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옵니다. - P120

"승진하고 부서장이 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곘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많은 부서장을 보며 성공했다고 인정하지 않잖아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147

나는 공무원의 실력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서 민원 신청을 한다고 해 보자. 대다수 공무원은 시민의 물음에 대답한다. 규정에 따라 서류도 발급해 준다. 그런데 시민들은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잦다. 왜 그럴까? 바로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 때문이다. 뚱하거나 화난 표정, 무뚝뚝한 말투,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 찾아온 주민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 거다. - P181

이런 일을 담당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거니까. 힘들겠지만 그냥 견디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혹여 공직 생활 중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업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감정적으로 빠져들면 더 힘들어진다. 엉킨 실타래를 한 번에 풀지 못해도, 그걸 자를 수 있는 가위가 내 손에 없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거다. - P187

미국 저널리스트 헨리 루이스 멩켄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의 생의 길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넓이와 깊이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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