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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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 말이다. 연일 반복되는 회의 때문에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릴 것 같은 순간, 답답한 조직문화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찰나, 나는 늘 구글과 애플, 그리고 아마존을 떠올린다. 그곳은 왠지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일과 삶의 균형마저도 쉽게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12년을 일한 지은이의 말을 들어보니, 아마존에서도 워라밸은 요원하구나 싶다. 합리주의, 능력 중심의 평가는 곧, 경쟁과 무언의 압박, 손쉬운 해고로 연결된다. 엄청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답답한 것 같다. 아마존 물류센터의 직원들은 쉴새 없이 일하느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다고 하고, 지은이도 두통과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다고 하니, 도대체 어디서 일해야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 다음 날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해고일은 언제나 금요일 _ 33


*아마존을 다니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진정으로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직급과 직종에 상관없이 아마존에서 일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거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삼삼오오 모이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_ 347쪽


  지은이도 경계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우리도 아마존처럼 되자!’고 결론지어서는 곤란하다. 제도와 형식만 가져와서는 성장도 발전도 없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나? 아마존의 성장을 이끈 스크럼 프로세스가 태평양을 건너와서는 대표의 공식적인 잔소리 타임이 돼버린 것 말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구본신참(舊本新參)식의 제도 땜질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부터 고민해야 한다. 아마존의 고객 중심의 사고, 시작부터 기술적 채무에 빠지지 않도록 깊게 고민하는 문화, 책임과 권한을 주어 개인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게 하는 프로세스 등등. 답을 찾고자 하면 사례는 널려 있다. 제도만 옮겨 심으면 형식적이고 귀찮은 절차만 하나 늘어날 뿐이다.


*이 책은 아마존과 같이 되어야 한다고 피력하는 글이 아니다. 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나 자신 이외에는 없다. _ 398쪽


(밑줄긋기의 쪽수는 종이책이나  e-book의 사용자 동작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한 회사에 취업해서 일하는 것이 한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으며, 우리 각자의 삶은 너무나 크고 다양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구들이 밝기로 경쟁해야 한다면 승자는 단 하나다. 하지만 모두가 가장 밝은 전구가 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작고 은은한 전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토대로 궁극적으로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좇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오늘도 매일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이정표가 되었다. - P12

아마존에서의 시간을 도제의 시간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안정을 담보로 삶을 저당 잡히는 농노와 마스터로의 과정에 있는 도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생 있어야 한다면 괴로운 곳이지만 과정으로 보기 시작하니 이보다 감사한 곳일 수 없었다. 과분한 월급뿐 아니라 눈을 들어 살펴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 P14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원온원(1 on 1) 미팅은 별다른 포맷 없이 매니저가 매주 한 시간 가량 한 명의 팀원과 단 둘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 P41

한마디로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예의나 복장, 어투, 태도보다는 능력과 다양성 그리고 인테그리티(integrity)가 중시되는 사회였다. 인테그리티는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한국어로는 한마디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단어로, 간단히 정의하면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even when no one is watching)’이다. - P42

혜택이 워낙 없어서 사원들의 원성이 있기도 하지만 회장이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동일하다. 거품과 낭비를 줄이고 그 모든 자원을 고객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성장할 것이고 그 열매는 주주인 사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 P76

"실패와 혁신은 분리할 수 없는 쌍둥이다.(Failure and innovation are inseparable twins)" - P80

원칙이 무시되고 안전에 불감해질 때 일어나는 참사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다 함께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서로 잘잘못을 ᄄᆞ지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본다. 실패가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칙들이 바로 세워지고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재앙을 또다시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 P85

아마존에서 회사나 상사가 강요하는 야근을 한 경험은 없다. 그 대신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본인이 그날 맡은 일을 끝내기 위해 또래 압력(peer pressure)과 스크럼 프로세스의 압박 속에서 생산성을 채찍질 받는다. - P93

아마존이 직원들을 직접적으로 쥐어짜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능력 중심의 평가, 투명하게 보이는 업무 상황, 상향 평준화된 업무량, 그리고 손쉬운 해고가 간접적으로 사원들을 서로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 P94

아마존의 성장이 증명하듯 4차산업 시대에 기업을 발전시키는 힘은 강요되는 출퇴근 시간이나 상사의 압력이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수평적 기업문화와 효율적인 프로세스다. - P98

아마존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성실하거나 팀워크가 좋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아마존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 P108

아마존에서는 ‘기술적 채무(technical dept)’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사실 이것은 기술적 영역뿐 아니라 세상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우주의 원리다. - P115

아마존은 고객이 전화를 걸어 기다리게 하는 대신 아마존이 잠시 후에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방법을 일찌감치 도입하여 이런 불편을 해결했다. 고객 상담 번호를 공개하여 일일이 상담하는 대신 세심하고 혁신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만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고 있는 셈이다. - P154

"우리는 정말 이른 인터넷 시대의 첫날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 P222

흘러가는 말과 달리 온전한 문장으로 쓰인 글에는 도저히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 P236

말만 하고 행동으로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본다. ‘가르친 것보다는 들킨 것에 영향을 받는다(more is caught than taught)’는 영어 속담처럼 말이다. - P244

과정과 설명은 무시된 채 누군가 정해놓은 답을 많이 맞히는 사람을 아마존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객관식 시험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건 아닐까. 아마존의 채용 과정은 ‘주관식’이다. 그리고 우리가 회사에서, 또 삶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들 또한 그렇다. - P255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
1. 고객에 집착하라
2. 주인의식을 가져라
3. 발명하고 단순화하라
4. 리더는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
5. 배우고 호기심을 가져라
6. 최고의 인재를 뽑아 육성하라
7. 최고의 기준을 추구하라
8. 크게 생각하라
9. 신속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라
10. 절약하라
11. 신뢰를 구축하라
12. 깊게 파고들어라
13. 강골기질: 반대하되 헌신하라
14. 결과를 만들어내라 - P268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사원들 간에 끈끈한 정도 별로 없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지체없이 떠난다. 대부분 사원들에게 직장은 가족 부양이나 개인의 커리어 패스와 같은 더 큰 가치를 위한 수단이자 상호 간의 이해관계로 잠시 머물고 있는 일터일 뿐이다. - P289

‘공부를 잘하는 법’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확실히 ‘공부를 못하는 법’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도해 그리기는 내가 모르는 것을 스스로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한 단계씩 미지의 영역을 줄여 나가도록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다. - P305

신기하게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아무리 많은 일을 끝내고 자동화를 시켜도 아마존의 일은 한시도 줄어든 적이 없다. 이는 아마도 베조스 회장이 안주하는 법이 없이 알렉산드로스 대왕마냥 사업을 확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덕분에 내 책상에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쌓여갔고, 어느 시점부터 내 삶의 고삐를 아마존에 내주고 말았다. 일에 치여 끌려 다니기 시작하자 언제나 체한 사람처럼 가슴이 답답했고 두통이 있는 날도 잦았다. - P308

"제가 항상 반복해서 외우는 주문 중 하나는 ‘집중’과 ‘단순함’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더 오래 많이 일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미 도래한 디지털 노마드 시대는 더 짧은 시간 일하고 최대의 효과를 얻는 자의 것이다. 어릴 적부터 책상에 오래 앉는 훈련을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나는 짧은 집중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334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멘탈이 무너지면 버티기 힘든 곳이 실전이고 회사다. 바보는 누구나 좋아한다는 생각과 회사에서의 시간이 종착역이 아닌 과정이라는 마음가짐, 그리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회사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고 좀 더 큰 관점에서 여유를 가지고 아마존에서의 나의 시간들을 바라보게 도와주었다. - P343

울타리는 안전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더 큰 무언가를 앗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가진 가능성 또는 살아 있다는 감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 P355

이 책은 아마존과 같이 되어야 한다고 피력하는 글이 아니다. 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나 자신 이외에는 없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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