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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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은 현실 르포에 가깝다. 뉴스 기사와 각종 통계 데이터를 확보하여 시의적절하게 인용한다. 아이들이 쓰는 줄임말, 은어 등도 자주 사용한다. 물론, 쓰임이 전체적으로 어색하긴 하다. 나이 든 어른이 아이들을 흉내 내는 느낌이랄까? 소설은 우리나라의 여러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굴절된 교육열, 학교폭력, 공교육의 붕괴 등. 아직 2권이 남았지만, 결국엔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상적인 결론으로 끝맺을 것 같다. 이미 『천년의 질문』에서 익히 봤듯이. 하지만, 소설은 소설대로의 역할이 있는 법.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중요한 듯싶다.

 

 

* 교육은 그 어떤 경우에도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교육은 단순 지식을 무조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바르게 육성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_ 256쪽

 

  다소 아쉬운 점은, 작가가 사회적 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진보적이지만, 일상생활이나 여성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서다. 주인공 강교민의 아내는 혼전순결을 지킨 여자,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적 궁핍을 견디는 현모양처로 그려진다. 자식을 서울대 보내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강요하는 김희경이나 최민혜는 본인의 이름도 가지고 분량도 확보했지만, 강교민의 아내는 이름조차 없고, ―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 분량도 적다. 작가가 김희경이나 최민혜의 비뚤어진 교육열을 비판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반대의 ‘권장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강교민의 아내’와 같은 삶을 이상으로 삼는 것은 다소 시대착오적이다. 작가가 이 인물에 대한 애정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 물론, 2권에서 반전이 있을 수 있지만 ―  사족으로, 혁신학교는 왕따도, 학교 폭력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사실인지 궁금하다. 정말 사실이라면 흥미로운 사실이라,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자료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은 제각기 개성이 다르듯, 공부하는 능력도 다 다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단순한 경쟁 자극만으로 모두가 최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노력이란 기본적인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고, 저런 방법을 계속 쓰게 되면 능력의 한계를 지닌 아이들은 상처 위에 또 상처를 입고, 그 위에 또 상처를 입어 한없이 불행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 P14

그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그걸 근거로 사회적인 논의를 냉정하게 진행해서, 원인을 제공한 제도를 과감하게 혁파하게 하는 것이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한국은 한국적인 방법으로 도덕 감정을 자극해 범인을 패륜아로 매도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버렸다. - P35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 P36

"그건 아니지. 왕성한 기업 활동 없이는 우리 사회가 안 돌아가니까 기업 종사자들은 최선을 다해 뛰어야지. 단, 시나 책들을 꾸준히 읽어 인간성을 고양시켜 가면서 말이지." - P64

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에크하르트 툴레) - P116

"엄마, 제발 생각을 좀 바꿔. 엄마와 난, 엄마와 딸의 관계일 뿐이지 내가 엄마의 소유물은 아니야.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야. 서로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거라고. 엄마들은 다 대학 나왔으면서도 왜 그 쉬운 걸 구별할 줄 모르는지 몰라." - P187

"글세, 우리 선생들도 현상을 힘겹게 겪으면서도 원인을 분명히 몰라서 답답한 게 이 문제잖아. 어쨌든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병적 증상이야. 아마도 제일 큰 게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인 것 같고, 그 다음이 약자를 괴롭혀 자기 힘을 과시하는 인간의 악한 지배욕의 발동 같고, 한 공간을 자기네 세계로 장악하고자 하는 패거리 의식이 또 하나고, 괴로움을 당하는 자의 고통스러움을 보면서 점점 승리감과 쾌감이 커져가는 악마적 가해 의식, 이런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게 아닌가 싶어." - P201

교육은 그 어떤 경우에도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교육은 단순 지식을 무조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바르게 육성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 P256

사회의 폭력성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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