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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잠 못 이루었던 세대라 그런걸까? 고고학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고고학자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 발굴 일화, 출토유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술, 향기, 전쟁 등 다양한 소재로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률적인 ‘역군은 이샷다’식의 결론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고고학을 하다보니 이렇던데, 인생도 그렇더라는 식의 깨달음으로 결론짓는 꼭지가 많았다. 후속작에는 고고학계의 일화나 비화, 현장담들이 더 많았으면 싶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발해의 음악은 당시 일본과 중국에도 널리 퍼졌다. 발해의 사신이 전한 음악은 일본 도다이지에서 공연할 정도이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발해의 음악이 너무 유행해 이를 강제로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도대체 발해의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주변 나라의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궁금했다. 구금이 등장한 것을 보니 발해는 초원, 중국 그리고 고구려의 여러 음악을 조화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비록 과거의 음악은 복원하여 듣기 어렵지만, 그들이 이루었던 문화의 힘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 P105
우리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재 침탈과 그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주변의 유적과 문화재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나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동조한 학자들을 비판하면 ‘그들의 연구 성과는 좋다’ 혹은 ‘인격적으로는 훌륭하다’는 식의 일본 측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개개인 학자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바로 국가 권력에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억압할 때에 그에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따라갔던 그 모습을 비판해야 한다. - P210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하여 이득을 얻으면 그 욕심에 편승한 또 다른 개인이 등장한다. 그 개인들이 모이고 모여 집단이 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맹목적인 광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이념으로만 집단 이기주의를 판단한다면, 그것은 언제든 다시 출현할 수 있다. - P210
고고학자에게 명성은 마치 헤엄치는 고래와 같다. 고래는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다가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분출한다. 너무 오랫동안 수면 밑에 있어서도 안 되지만 수면 위에 계속 머물러서도 안 된다. 너무 오래 수면 위에 있다면 결국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결국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서 피어나야 한다. - P265
"비판받기 싫다면 아무 짓 하지 말고, 아무 말도 마시오. 그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시길." (앨버트 허버드)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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