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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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유능하고 똑 부러지는 직장인 같다. 잘 쓰인 책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쉽게 한다는 논지를 정하고 그 특징을 기획, 글쓰기, 말하기, 관계 맺기 네 분야에서 찾고 있다. 각 꼭지가 끝나면 1쪽 분량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해둬서, 읽고 난 후 정리하기도 쉽게 했다. 내용이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일목요연하다. 각 장에서 예시로 든 직장 대화는 생동감과 현장감이 넘친다. 독자가 단순하게, 쉽게 볼 수 있도록 큰 노력을 했을 것이다. 공이 보통 들어간 책이 아니다.

 

  사실, 보는 사람이 편할수록, 하는 사람은 더 힘이 든다. 이 단순한 진리만 안다면, 이 책을 읽고 일을 쉽게 하면서 일도 잘하는 법을 배우려는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 텐데……. 나부터 그런 욕망에 이 책을 집어 들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그런 욕심으로 읽게 되면 두 번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앞서 말한 대로 단순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한다는 진리를 발견해서일 테고, 둘째는 생각보다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듣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어디서 들어봄 직한, 혹은 어디서 내가 했음 직한 말들이 많다. 쓸데없이 어렵고, 불필요한 보고서 쓰기 이론따위에 치우치지 않아 좋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새롭지 않다는 면에서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배우고 익혀서 일도 잘하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워라밸도 높이고 싶다. 하지만 걱정이다. 성과를 높일수록 더 많은 일이 떨어지는 화수분이 작동할까 싶어서……. 직장에 숨어있는 그 놈의 화수분을 없애는 것이 먼저인지, 성과를 높이는 것이 우선인지 모르겠다. 지은이의 생각은 어떨지?

 

회사에서 일할 때도 비슷합니다. 여러 기획안을 제안하며 바쁘게 일해도 상대방의 머릿속에 우리의 존재감이 희미한 이유는 저자극의 업무만 계속 입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눈은 봤지만 뇌는 보지 못한거죠. 1년이 지나 성과를 제출할 때 여러 업무를 잔뜩 적어보지만, 그래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상사의 소리에 좌절합니다. - P55

우리가 만나는 많은 사람은 후천성 성인 주의력결핍증후군 환자입니다. 이 증상은 위로 올라갈수록 악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야기할 때 조금만 틈을 주면 딴생각을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지친 뇌 상태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야기합니다.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지요. - P65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숨쉬듯이 기획을 합니다. 기획의 시작부터 막막하거나 기획의 결과물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HOW(방법)’부터 찾으려고 애썼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 과제의 진짜 이유, 숨겨진 열망을 찾으세요. 모든 기획은 ‘WHY(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P79

덩어리로 묶으면 많은 문제가 단순해집니다. 덩어리를 묶을 때 미씨(MECE)를 꼭 기억하세요. 각 항목끼리는 독립적이어야 하고(Mutually exclusive), 항목을 합치면 전체가 되어야 합니다(Collectively Exhaustive). - P101

우리의 몸과 마음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충실히 따릅니다. 외부의 힘이 없는 한 그저 가만히 있고 싶어 합니다. 기획서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해서 움직이려면 단순하고 게으른 뇌를 흔들 만큼 매력적인 힘이 존재해야 합니다. 머리에 꽂히는 강렬한 컨셉처럼 말이에요. - P110

좁쌀 서 말보다 호박 한 개가 낫습니다. 호박 한 개에 해당하는 자신의 브랜드 사업을 기획해야 합니다. 이력서에 저을 만한 굵직한 기획이어야 비로소 커리어가 됩니다. - P131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글은 보는 사람에게 스트레스입니다. 매너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1막에서 권총이 나왔으면 3막에서는 쏴야 합니다. 서론에서 문제로 거론했으면 본론에서 해결책을 내놔야 합니다. - P178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아니요. 모릅니다." 지시할 때 가능한 한 정확하게 설명해줍시다. 지시하는 사람이 5분 더 쓰면, 실행하는 사람은 하루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을수록 시간이 비싸진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사원의 시간을 흥청망청 써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P213

기-승-전-결을 모두 갖춰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승’ 때부터 이미 딴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결론 전의 얘기는 모두 잊어버립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두괄식입니다. 두괄식으로 시작해서 30초 안에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끝내야 합니다. - P221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몰라 에둘러대며 비슷한 답변들만 늘어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은 몇 번이고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질문한 사람의 입장이 아닌 자기 위주로만 대답하는 습관은 혼선과 오해를 일으킵니다. - P228

숫자 1은 누구에게나 1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바뀝니다. 빌 게이츠와 우리는 1억 원에 대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숫자에 해석을 함께 곁들이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 P241

그러니 우리 같은 타입을 싫어하는 2.5%와는 ‘큰소리로 언쟁을 하지 않는다’ 정도로만 목표를 잡고 가능한 한 엮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굳이 오해를 풀려고 애쓰지 마시고(취향 문제니 풀 수도 없습니다), 친해지려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삶을 심각하게 되돌아보지도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인생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 P261

직장에서 최고의 평판 관리는 ‘상사를 승진시키는 사람’이거든요. - P282

모든 인간관계는 넘으면 안 되는 암묵적인 ‘선’이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디까지 해도 괜찮은지 ‘선’을 확인합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선’이 어딘지 알려주세요. 알려주지 않으면 선은 점점 더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깝게 그어집니다. - P283

가슴 뛰는 일,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일이 어딘가 있고, 내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모든 일은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이 복잡하게 섞여 있습니다. 가슴 뛰는 일로만 구성된 일은 없습니다. - P290

거의 모든 사람이 역경은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인격을 시험해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주어보아라.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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