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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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미처 밝히지 못한 살인사건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아니었다. 제목은 섹시했지만, 내용은 오히려 차분하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입문서에 가깝다.

 

   법의학, 죽음의 정의, 자살, 안락사, 영생의 가능성, 죽음의 준비를 200여 쪽 되는 책에 얼마나 충실히 담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주제를 조금씩 다 다루고 있지만 말 그대로 조금씩이기 때문에 감질이 난달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단언컨대,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는 최고의 강의였다는 표지의 평가는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실제 강의에 대한 평가일 것 같다. 1학기 강의의 커리큘럼으로는 충분할 텐데, 범위가 너무 넓어서 강의의 깊이까지 담기에는 집중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충분히 유익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경구처럼 우리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것 같아도,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도 갑자기 대면할 수 있는 것이 죽음이다. 이 책을 읽어서일까, 얼마 전 출근길에 갑자기 유언장을 미리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청승맞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을 텐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삶의 끝에 어울리는 일 같지만, 오히려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새해에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고.

 

국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8만 여명이 사망하는데, 실제로 타살은 500여 명 정도, 즉 10만 명당 1명이 안 된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당 0.8명이며, 흔히 10만 명당 2명 정도로 나오는 통계는 살인미수까지 포함된 경우다. 반면에 자살은 10만 명당 24명이 넘는다. 타살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 P26

그렇게 문국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외로운 법의학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던 중 너무 힘들어 다시 장기려 박사를 찾아가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더 이상은 법의학을 못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외과에 받아 주십시오"라고 하자, 장기려 박사는 문국진 교수를 뚫어져라 보더니 도리어 "못된 놈. 의학이란 건 쉬운 데가 없어. 네가 생각했던 대로 안 된다고 다른 걸 하면 또 똑같을 게다. 3년 넘게 쏟아부은 네 노력을, 네 정열을 버리지 마라. 돌아가서 한 우물을 파라"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에 다시 문국진 교수는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 미국으로 가 법의학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나라 1세대 법의학자로 등극하게 된다. - P39

이는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가 실제 자살 시도자를 진료하면서 들었다는 이야기와 이를 연구한 내용들과 놀랍게도 일치한다. 그들은 모두 말한다. 죽음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자기가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서 실제로 실행했는데, 막상 죽으려는 순간에는 살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 순간에는 모두 다 자기 판단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 P175

2010년 기준으로 자살자 중 80대는 인구 10만 명당 123.3명, 70대는 83.5명, 60대는 52.7명이다. 우리는 보통 자살 하면 치열한 입시를 견디지 못한 청소년 자살을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상 청소년 자살률은 입시 제도가 잘 갖춰진 핀란드보다 적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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