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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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고 부르는 소설의 첫 문장에서 헤매고 멈칫한 지 10여 년 만에 1권을 처음으로 읽었다. 인물 한 명 한 명에 몰입하게 만들고, 이야기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처럼 생생하다. 그동안 왜 이렇게 이 책을 어려워하고, 읽기를 주저했는지 모르겠다. 여러 번역본을 비교해봤지만 연진희 선생님의 번역이 제일 읽기 편한 것 같다. 이제 2권으로 옮겨간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P13

세 번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철저히 무관심했다. 그 결과 그는 결코 일에 몰두하거나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었다. (스테판 아르카지치에 대한 묘사 中) - P44

"물론, 그렇지."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말을 가로챘다. "하지만 이런 것에 교양의 목적이 있는 거야. 모든 것에서 쾌락을 만들어 내는 것 말이야." "음, 그것이 정말 교양의 목적이라면 난 야만인이 되고 싶군." - P86

‘날 공적(功績)으로 용서하지 마시고 자비로 용서하소서.’ - P92

"이것 봐."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말했다. "자네는 매우 순수한 사람이야. 그건 자네의 미덕이자 결점이기도 하지. 자네는 순수한 성격이라 인생 전체가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자네는 공무(公務) 활동을 경멸해. 자네는 행위와 목적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또 자네는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갖기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지.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 인생의 변화, 인생의 매력, 인생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레빈은 탄식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 P99

그러다 갑자기 그 두 사람은 깨달았다. 자기들은 친구 사이인 데다 함께 식사를 하고 술까지 마시고 있지만―이런 것은 그들을 더욱 가깝게 해 주는 일이 되었어야 할 텐데―저마다 자기 생각에 빠져 상대방의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오블론스키는 식사 후에 서로 가까워지는 대신 이런 극단적인 분리가 일어나는 경우를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계산서!"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옆 홀로 나갔다. - P99

저녁 내내 돌리는 언제나처럼 남편을 가볍게 조롱하듯 대했고,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만족스럽고 즐거워 보였다. - P166

‘그래, 나에게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불쾌한 무언가가 있어.’ 레빈은 쉐르바츠키 가를 나와 형의 집으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게다가 다른 사람과도 잘 맞지 않아. 남들은 내가 오만하다고 말하지. 아니. 나에겐 긍지도 없어. 만약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면, 스스로를 그런 처지에 몰아넣지 않았을 거야.’ (레빈의 독백 中) - P187

레빈은 기억했다. 니콜라이 형이 수도사처럼 경건한 생활을 하고 재계와 교회 예배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정열적인 기질에 대한 굴레와 구원을 종교에서 찾을 때, 아무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를 비웃었던 것을.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며 노아니 수도사니 하고 불렀다. 그런데 막상 그가 타락하자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고, 모두들 두려움과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며 등을 돌렸다. - P189

그는 자신의 존재를 느꼈으며 다른 무언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중략) 그의 삶의 흔적들이 마치 그를 둘러싸고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니, 넌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그저 예전처럼 살아갈 거야. 의혹, 자신에 대한 끝없는 불만, 자신을 개선하려는 부질없는 시도, 타락, 지금껏 손에 넣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얻지 못할 행복에 대한 영원한 기대, 그런 것들과 함께 말이지.’ 그러나 그것은 그의 물건들이 한 말이었다. 마음속의 다른 목소리는 과거에 굴복할 필요 없다고, 자신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속삭였다. - P205

‘사실 우스워. 그녀의 목적은 선행이고 그녀는 그리스도교 신자잖아. 그런데 늘 화만 내. 게다가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적이야. 모든 것이 그리스도교 정신과 선행을 위협하는 적이지.’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에 대한 안나의 생각 中) - P241

"아무도 자기의 재산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의 지혜에는 만족하네." 외교관이 프랑스 시를 읊었다. - P298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삶의 반영을 다루는 공무(公務) 분야에서 전 생애를 보냈다. 그래서 그는 삶 자체와 부딪칠 때마다 매번 그것을 회피했다. 이제 그는 낭떠러지 위에 놓인 다리를 침착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문득 그 다리는 허물어졌고 그 아래에 깊은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음 직한 그런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이 심해는 삶 자체였으며 다리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살아온 인공적인 삶이었다. 그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러한 의혹 앞에서 전율했다. - P312

아니, 미안하지만 난 나 자신과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귀족이라고 생각해. 과거의 가족사에서 삼사 대에 걸친 정직한 세대를 가리킬 수 있는 사람, 높은 수준의 교양(재능이나 지성은 별개의 문제야.)을 갖춘 사람, 나의 아버지와 나의 할아버지처럼 결코 남들에게 아첨을 하거나 남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야. 난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 내가 숲의 나무를 세는 게 자네에겐 천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자네는 랴비닌에게 3만 루블을 갖다 바쳤어. 물론 자네는 임대료와 내가 모르는 여러 수입을 받고 있지만, 난 그렇지 못해. 그래서 난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과 내가 수고하여 얻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귀족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권력층에게 동냥질해서 살거나 20코페이카로 매수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레빈의 말 中) - P373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오직 야심뿐이야. 오직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지. 그것이 그의 마음속에 있는 전부야. 고상한 생각, 학문에 대한 사랑, 종교, 모든 것이 그저 성공을 위한 무기에 불과해.’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 대한 안나의 생각 中) - P446

"그럴지도 모르지." 그는 팔꿈치로 그녀의 팔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묻든 상관없이, 그런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더 좋은 법이다." (마담 슈탈에 대한 쉐르바츠키 공작의 평가 中) - P498

"남들에게, 나 자신에게, 하느님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서요. 모든 이들을 속이기 위해서요. 아니,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에 굴복하지 않겠어요. 추해 보일지언정, 적어도 거짓말쟁이나 사기꾼은 되지 않겠어요!" (키티의 말 中) - P506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온 이후 키티에게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계가 모두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게 된 모든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바라는 대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속여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위선과 오만 없이 자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그 경지를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실히 느겼다. 그 밖에도 그녀는 그녀가 살고 있는 세계, 즉 슬픔과 질병과 죽어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 세계의 무게를 느꼈다. 그녀는 이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괴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상쾌한 공기 속으로, 러시아로, 예르구쇼보로 가고 싶었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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