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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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201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담이랄까. 아니면 정반대의 처절한 논픽션이랄까. 아무튼 속도감이 굉장한 책이다. 현대 한국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녹여내서 그 답답함과 몰입감을 더한다. 하지만 인물들이 너무 단선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현실은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쪼갤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물론 노작가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메시지를 명징하게 드러내기 위해 그렇게 설계한 창작세계일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 시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읽는 재미도 충분하다.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2권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란 국민들이 만들어준 5년 계약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하늘로 여겼던 옛날의 왕과 대통령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의 국민들인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통령을 성군으로 동일시하고 있었다. 민주주의 투표를 50년 가까이 경험해 왔으면서도 그들의 핏속에는 왕을 무조건 하늘로 떠받들었던 왕조시대의 DNA가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군부독재 30년을 뼈저리게 겪었으면서도 국민들은 그 대책 없는 순진함과 단순함과 우매함과 무지함을 떼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 P24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인간은 세 겹의 노예다. 신을 만들어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거기다가 네 번째로, 핸드폰을 만들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 P33

"그런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잖아요. 가장 민주적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무섭게 처벌하니까요. 모두가 책임지고, 질서지키지 않으면 자유스러운 민주 사회는 지탱될 수 없다는, 민주주의 역설이지요." - P40

‘목소리와 성격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려 했던 것이 비과학적이고, 비교육적인 욕심이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 P75

우리가 여기서 명백하게, 확실 분명하게 염두에 두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18~19세기 세계사 속에서 열강 강대국의 식민지가 된 나라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리 민족처럼 그렇게 빨리, 그렇게 거족적으로 그렇게 격렬하게 식민지 투쟁을 전개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사가 입증하건대 우리가 유일합니다. - P139

탐진치(貪瞋痴)―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붓다는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 이름 짓고, 자비만큼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았다. - P272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뭇 짐승들은 모아 쌓지 않고 서로 고루 나눔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사람만이 모아 쌓아두려는 탐욕 때문에 늘 다툼이 생기고 모자란다고 느낀다.’ 또 같은 부처님의 땅인 인도의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나오는 모든 생산물은 인류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 P280

‘눈은 뇌의 일부가 변형된 것이고, 인간의 내부 기관은 전부 근육과 피부 그리고 뼈로 싸여 있는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 뇌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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