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박사는 말도 잘하고, 글도 참 쉽게 잘 쓰는 과학자이다. 이 책은 그의 강연 모음집인데, 매 꼭지가 흥미롭다. 좋은 강연은 좋은 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새해 결심을 지키기 쉽지 않은 이유,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방법 등 누구나 한 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만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현장감 있게 술술 읽힌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나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우리의 대응 등에 대한 꼭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열둘'이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한 듯 강연과 인터뷰 2개를 모은 마지막 꼭지는 전체적으로 아쉽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2019년 처음 읽은 책인데, 워라밸과 함께 바브밸(바디와 브래인의 밸런스)과 디아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밸런스)을 지키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_ 25쪽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가 너무 싫어서,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어서 그만두는 건 좋은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건 괜찮지만, 지금 이게 싫으니까 그만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대책도 없죠. 그 순간 너무 싫기 때문에 도망치듯 그만두지만,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두는 순간,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전략이 다시 바뀌게 됩니다. 무직 상태이거나 학교도 안 다녀서 빨리 뭔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앞에서 본 마시멜로 챌린지의 인센티브 실험처럼 시야가 좁아지고 취직 자체가 중요해져버려 꿈꾸던 무언가에 도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터널 비전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지금의 자리가 싫다면, 뭘 꿈꿔야 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_ 45쪽

이런 맥락에서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럴 드웩(Carol Dweck) 교수의 주장처럼 마인드셋(mindset,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드웩 교수에따르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의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반면,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다른 사 람의 평가에 민감해서 잘하는 일만 하려 들지요. 실패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기쁨을 아는 사람은 성장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안하는 사람은 성장 자체가 어렵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분야에 도전해보고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경험을 하면, 성인이 돼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을 성장 마인드셋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실패하더라도 주변에서 격려해주고, 조금 나아졌을 때 같이 기쁨을 공유해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는 것도 해보라고 격려해주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이런 성향은 타고난 면도 있는 것 같지만, 주변에서 어떻게 격려해주느냐에 따라 고정형에서 성장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 79쪽

남들에게 항상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합니다.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직관을 믿으세요’라고 말해줍니다. 신중하게 고민할 때보다 직관을 따를 때 너 나은 의사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관을 믿고 결정하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_ 92~93쪽

오징어잡이 배에 등이 쭉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죠? 집어등이라는 건데 오징어를 불러들이는 기능을 합니다. 어느 철학자의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욕망의 자본주의 시대다. 요즘 젊은이들은 집어등에 달려드는 오징어 떼 같은, 그러니까 그 욕망이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면서, 심지어는 독이 되는 욕망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내달리고 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학습된 욕망,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내려와 스며든 욕망들이 자신의 욕망인 줄 알고 열심히 추구하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벽을 만나 실패하면 더 이상 추동할 힘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입니다.
_ 104~105쪽

저는 우리 사회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결핍을 허하라! 아, 심심해, 뭐 재밌는 거 없나 할 수 있는 무료한 시간을 아이들에게허락해야 합니다. 스스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어슬렁거리는 젊은이들로, 성취 동기로 가득 찬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길은 그들에게 결핍을 허하고 무료한 시간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방황하면 그 방황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실패하고 사고 쳐도 좋다고 믿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_ 105쪽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는 걸까요? 몸을 움직여서 에너지를 쓰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에요. 왜 우리는생각하기 싫어할까요? 생각을 하려면 뇌가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게 귀찮은 겁니다.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안 쓰고 세상을 살까‘가 사람들의 생존 전략입니다.
_ 139쪽

새로고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로고침을 하려면, 여러분의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습관을 바꾸는 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지요. 새로운 습관을 얻기 위해 탐색해야 하고, 그것이 습관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복적 수행을 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여러분의 새해 결심은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고, 여러분의 삶은 어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작년 이맘때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겁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삶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안전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_ 142쪽

습관이라는 안락함 속에서는 평화롭고 예측 가능한 삶을 영위할수 있지요. 반면 습관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버겁습니다. 때문에 인생의 리셋도 어렵습니다. 새로고침을 신경과학적으로 해석해보면 나쁜 습관, 뻔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입니다. 나와 다른 분야에있는, 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집니다. 불편함을 견디면서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즐기면서 살지 않으면, 내 삶에 새로운 생각이 유입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새로고침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나쁜 습관,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새롭게 뒤바꿀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있는 곳으로 먼저 여러분이 움직여야 합니다.
_ 144쪽

새로고침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뭔지 아세요? 새해 결심을 이루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내 삶에서 새해가 더 이상 없어지는 겁니다. 여러분에게 단 1년의 삶만 주어진다면, 그 1년의 삶은 완전히 새로 고침된 삶일 겁니다. 주변에서 새로고침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세요.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다 살아난 사람이 그토록 많이 마시던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등산을 하는 거예요. 죽을 만큼 절박하지 않으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절박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로고침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_ 145쪽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겁니다.
_ 154쪽

이 실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행복은 예측할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라는 겁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고요,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 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_ 179쪽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제가 지금 말씀드린 기술의 철학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정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말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제안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것을 가상 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유사한 개념으로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르는데, 다소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우리는 중국이 사용하는 이 개념을 몇 해 전부터 언론이 사용하고 있고요.
_ 251쪽

큰 물고기가 강한 것이 아니 라,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빠른 물고기가 더 강하다‘는 슈밥 회장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합니다. 제조업이 그 이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는 겁니다.
_ 264쪽

이제 우리는 워라밸만큼이나 몸(바디)과 뇌(브레인)의 균형, 즉 ‘바브밸’을 중시해야 합니다. 디지털 문명이 우리를 뇌와 손가락만 발달한 E.T.로 만들지 않도록,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몸의 자극과 반응에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날로그의 반격이 반갑습니다.
_ 278쪽

그래서 우리에겐 ‘인지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나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가진 것이 망치뿐인 사람은 세상의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입니다. 내 앞에 놓인 모든 문제를 망치질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죠.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고 문제가 바뀔 때 내 연장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는것, 그것이 바로 인지적 유연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혁명이기 때문에 빨리 올 것 같지만, 사실 혁명은 굉장히 느리게 천천히 옵니다. 내년에 올까요? 그렇지않습니다. 아마 수십 년이 걸릴 거고요, 언제 올지 알 수 없습니다.
_ 312쪽

이런 관점에서 라피와 펑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더욱 놀랍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은 위험 감수 성향보다는 위험 관리 성향이 강하다는 결과 말입니다. 그들은 모호한 상황에서는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며, 그 확률을 제대로 계산하려고 애씁니다. 계산결과 확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는 겁니다.
_ 322쪽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이 보이는 몇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그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내는 사람들이며, 그 대부분은 버려지지만 결국 위대한 아이디어는 그중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큰 사회적 성취를 거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 낸 ‘아이디어의 질‘을 평가한 연구들에 따르면, 아이디어 하나하나의 질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내고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다 보니 걸출한 혁신을 이뤄낼 확률이 높아 진다는 겁니다.
_ 329쪽

원숭이 수준에 머무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 즉각적인 위험과 단기적인 보상이라는 늪에 나의 판단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성취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즉각적인 이득을 따르지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가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험을 잘 관리해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되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노력해야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수준의 커다란 사회적 성취를 이뤄내고자 한다면 말입니다.
_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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