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계속 '광신과 신앙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을 계속 떠올렸다. 하지만 그 백지 한 장의 차이에서 흔들리기는 과학과 종교가 마찬가지이고, 광신에 빠졌을 때의 위험성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과학에 대한 맹신과 종교에 대한 광신의 충돌. 나는 이 책에서 보이는 충돌의 주체가 종교와 과학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맹신'과 종교에 대한 '광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을 진정으로 공부하는 이라면 종교를 진심으로 믿는 이라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이성과 감성에 기반하고 있는 한 늘 불완전한 이해를 수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교회만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깨인 영혼'일 수는 없으며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불가능하고 불완전한 영역이 있음을 서로 인정할 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종교와 과학의 갈등에만 국한되는 진리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갈등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공포와 희망'을 통해 사람들을 믿음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나는 섬뜩했다. 악마와 마녀를 동원하여 만들어낸 공포와 마녀사냥은 잠시 사람들을 억지 믿음으로 인도했지만, 결국 그 사건들은 교회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광기어린 사건들은 교회가 다시는 걷지 말아야 할 길이다.

 <천사와 악마>를 읽으면서 나는 <다빈치 코드>를 떠올렸고, 다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렸다.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스릴러였다. 하지만 그 완성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다빈치 코드>보다 <천사와 악마>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은 작가의 사고와 세계가 담겨있고 더 흥미있었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가 다루고 있는 소재의 파장때문에 그 책이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댄 브라운의 세계가 창조한 로버트 랭던은 21세기의 인디아나 존스같다. 마지막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한 주인공과 본드걸같은 여주인공의 달콤한 하룻밤까지도 얼마나 할리우드식인지! 이 책 역시 할리우드 영화 한 편 재밌게 본 느낌이었다. 이 말은,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며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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