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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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끊어도 술은 못 끊는, 유난한 술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니 그 반작용으로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술 좋아하는 사람도(잘 마시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술자리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가끔 마지못해 끌려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내 발로 찾아가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술꾼이오~'하고 대놓고 자랑하는 책에 눈길이 머문다. <술통>이라.. 아마 '제목만 봐도 울아부지 좋아하시겠네~ ㅎㅎ'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거다. 이리저리 뒤적여보니 또 하나의 수확. 잡지 PAPER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란다. PAPER의 열렬독자는 아니었지만 가끔 들춰보는 그 잡지속의 생생한 글들의 느낌이 좋았던지라 이 책 또한 그런 기분좋은 취함을 전해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집어들었다.
 
 
첫 시작부터 만만찮다. 입에 착착 감기는 듯한 글들은 읽을수록 그 맛이 더해진다. 말장난 같으면서도 군더더기 없고 명료하지만 웃음을 머금게 되는 장승욱의 문체는 444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이 술통을 쉬지않고 비워나가게 만든다. 책 두께에 허걱;했던 압박감은 책장을 넘길수록 술과 어울어진 그의 인생 속으로 빨려들어가느라 점점 옅아지고 어느새 책의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술통이라는 제목에 대한 독자의 기대치에 조금이라도 배신하지 않으려는 듯 모든 이야기에는 술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주당의 세계에 입문한 고딩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술을 사랑하는 그의 일편단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ㅎㅎㅎ
 
<술통>에는 술과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한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랑 3종 세트에서 학교와 군대를 거쳐 몽사 5종 세트에 이르기까지 숱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그의 곁엔 오랫 벗들과 함께 사랑하는 그의 친구 술통이 머무른다. 그의 인생이 다사다난했기에 술과 친해졌는지, 아님 술과 함께 했기에 그의 인생의 행로가 그렇게 화려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이제껏 나의 신조와 달리 술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는 정말 소설같은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잠시 고등학생 '장승욱'에 대해 알아보자.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바로 학업에 뜻을 접고 62등 중에 61등을 지켰던 그가(요지부동의 62등은 체육특기생이었단다;;) 고 3 막바지에 딱 한 달 공부해보자 마음먹고 연세대를 입학했단다. 헉; 이건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듣던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근거를 어느정도는 찾을 수 있다. 고딩 때부터 학교 공부엔 뜻을 접고 술과 함께하며 반등수의 끝자리에 말뚝 박은지 오래지만 독서광임을 자처하며 수많은 책들을 독파했고(국어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의 실력파였다;;), 어릴 때 신문사설을 통해 쌓아둔 한자실력은 이미 상당했으며, 영어소설을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착실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으니 전혀 아니땐 굴뚝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지능지수는 교내 유일의 150이었단다. 무엇보다 저자가 치뤘던 대입은 내신성적과 상관없이 학력고사 한 방에 본고사를 치르는 형식이었으니 그런 기적(?)이 가능한 시대이긴 했다. 내신성적이 대입에 반영되는 지금으로선 꿈같은 일이지만 말이다. (물론 영어특기생 같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과 시샘이 몰려든다; 쿨럭;; ㅎㅎ;;)
고딩시절만 언급해도 이렇게 화려하니 그 이후 이야기는 직접 책에서 확인해 보시라. ㅋㅋ
 
 
 
주당들이 꿀꺽꿀꺽 들이키는 술잔을 보는 것처럼 참 맛깔나고 시원스레 넘어가는 재미난 글들이 한 가득 담긴 산문집, 술통. 글 속에서 술과 함께 익혀온 저자의 내공과 글빨들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술통이란 꺼림칙한(?)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무난한 인생이 있는 반면 이렇게 온갖 사건사고를 만들어내며 활기차게 삶을 파헤쳐 온 인생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그를 살짝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술과 함께 많은 사람들과 숱한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장승욱. 술통을 통해 맺어진 그와의 인연이 다음엔 어떤 즐거움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무료한 오후 책장에서 꺼내들고 실실 웃음 날리며 읽을 수 있는 산문집, <술통>. 이 책만큼은 과음해도 좋을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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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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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간만에 행복해지는 좋은 글을 만났다. 그래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좋은 글을 쓰는 재능도 유전이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바로 박목월, 박동규 부자의 글이 함께 실려있는 책, <아버지와 아들>을 읽으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박목월 님의 시를 참 좋아한다. 그 간결하고 함축적이었던 시처럼 박목월 시인은 문체는 산문에서도 단정하다. 짧고 간략하지만 그 문장들이 경쾌하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박목월 시인의 산문을 접했는데 산문에서도 여전히 그분의 시의 향기가 풍긴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이 일기에서 발췌한 듯 한데 어쩜 일기도 이렇게 쓰시는지. 그저 읽는내내 부러울 따름이었다. 내용의 대부분은 아내와 5남매로 구성된 가족이야기들로 채워지는데 아이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아내의 모습에서 감동을, 그리고 부모와 남편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박목월 님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글 중에 특히 5남매의 끝에 있는 어린 문규와 신규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들에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다. 그 중에서 돈을 훔친 아들에게 꾸중 대신 편지로 깨달음을 주거나 서로 경쟁하며 기타를 연주하는 두 아들에게 공평하려고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은 참 가슴 따뜻했다. 박봉의 월급으로 꾸려가야 하는 넉넉찮은 살림이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그 가정을 박목월 님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의 이야기가 끝나면 뒤이어 아들 박동규 교수의 글이 펼쳐진다. 주로 어린시절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 감상에 대한 글들이 많은데, 그 글들을 읽다가 여러번 눈물을 쏟아냈다. 돈이 없어 서커스 구경을 못 시켜주고 개구멍으로 아들을 들여보내고 그 자리를 지키신 아버지, 자전거가 너무 타고 싶어 몰래 남의 자전거를 타고 나가 사고친 아들의 심정을 이해해준 아버지, 자신은 밥상에 앉아 시를 쓰시면서 아들에겐 책상을 사주고, 자신은 속이 닳아버린 양복을 입고 뒷축이 내려앉은 구두를 신으시면서 아들에겐 새 양복과 구두를 사주는 아버지의 마음, 자식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게 바로잡아 주시는 아버지.. 그 모습 면면에서 나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를 기리며 부자(父子)의 글을 함께 실은 이 책은 곳곳에 향기로운 사람 냄새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품어낸다. 가족을 향한 부모의 마음과 자신의 자식을 앞에 두고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책을 펼쳐서 덮을 때까지 입가에 웃음을 머무른다. 이 책은 박목월, 박동규 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또한 이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을 향한 사랑의 이야기다. 그래서 강추한다. ^ ^

 

- 들찔레처럼 자리를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우며 보는 이 없어도 향기를 피우며 뻗어가는 그 생명력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쑥대밭처럼 무성하게 살다가 가을이 와서 줄기초자 붉게 시들어도 바람이 불면 울 줄 아는 그런 삶을 산다는 것은 꿈이다.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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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2007-01-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박이님도 이 책을 읽으셨네요.^^ 저도 한참 웃다가 결국 울었죠. 부모 눈에는 자식이 마냥 귀엽고 자식 입장에서 부모가 되면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어 숙연해지는 글입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참 따뜻하게 만드는 책이예요.

별빛속에 2007-01-1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음님, 안녕하세요. ^ ^ 저도 그랬답니다. 웃다가 울다가;;; 다 읽고 나서는 마음 한 켠이 뜨뜻~해졌답니다. 좋은 책 맞아요! ^ ^
 
Mom CEO -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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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저자 강헌구 교수가 이번엔 어머니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 <Mom CEO>는 제목에서 말하는대로 이제 어머니가 가정의 CEO 자리에 취임해 그 가정을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어떤 자세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Mom CEO> 는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파트1에서는 왜 어머니들이 가정의 CEO로 취임해야 하는지, 그에 따른 역할은 무엇이며, 보다 나은 가정을 설계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안내하며, 한 가정을 잘 이끈 어머니들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가정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준다. 뛰어난 맘 CEO의 예들 중에서 특히 귀머거리 아들의 운명을 목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바꾸어 놓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어머니와 바보천치를 세계적 명의로 바꾼 벤자민 카슨 박사의 어머니가 아주 인상깊었다. 어머니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한 아이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은 그 분들의 사례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리더가 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파트2에서는 맘 CEO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꿈을 잉태하고, 심어주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지에 대한 리더의 방법론을 알려주고, 치유와 회복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준다. 부모가 낳았지만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게 자식이다. 또한 부모가 어떻게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맘 CEO는 우리의 자녀들이 보다 바람직한 꿈을 갖고 그 꿈을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리더다.
 
저자가 제시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적자'생존법]이 나온다. 자신의 꿈을 적어 놓으면 그 꿈을 이루기가 쉽다는 얘기다. 첨엔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긴가 생각했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일리가 있다. 막연했던 자신의 꿈을 글로 옮기면 그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구체화된 꿈들을 보면서 각각의 꿈에 대한 실천방법을 떠올려보거나 그 꿈을 이루었을때 자신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면 막연했던 꿈들이 보다 확실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자신의 꿈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할수록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커지게 되고 그것을 향해 더더욱 노력하므로 그 꿈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꿈을 글로 적는 일'은 아주 작지만 위대한 시작인 셈이다.
 
- 말이 입 안에 있을 때는 사람이 그것을 지배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는 말이 사람을 지배한다. (212 쪽)
 
 
마지막에는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인 치유와 회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는 아직 미혼인지라 자신있게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조카들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볼 때 자녀양육에서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는 일만큼 힘든건 없는 것 같다. 언니들을 보며 부모 노릇도 참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7장에서는 그런 어려운 경우를 맞았을 때 취해야 할 방법들에 대해 알려준다. 보다 많은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은 방법들이 아닌가 싶다.
 
 
 
보다 훌륭한 가정을 꾸려가는 CEO로서의 엄마의 역할은 참 많고도 어렵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알려주는 여러 방법 - 맘 CEO 선언문과 가족들 각자의 비전선언문 작성, 패밀리 로드맵 만들기, 100가지 소원 적기 등을 활용한다면 그 길을 잡는데 한층 수월할 것 같다. 뭐든 머리로만 생각하는건 소용이 없다. 직접 몸으로 실천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제 어머니들의 활약이 펼쳐질 시간이다.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보자. 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가정을 경영하는 Mom CEO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맘 CEO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 억만금의 재산보다 한 줄의 비전을!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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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 황금사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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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고 하면 내게도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하나는 첨으로 혼자 떠난 울릉도 여행이다. 친구가 얼마간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기에 잠자리제공을 보장받고 간 여정이긴 했지만, 성인봉 등반을 친구와 함께 한 것을 빼곤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동안 온전히 혼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울릉도를 탐사(?)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겐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혼자서 다니는 여행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나 할까. 다른 하나는 몇 해 전엔 20년지기 내 죽마고우와 처음으로 함께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여행길이다. 담양과 보성을 거쳐 순천을 찍고 부산영화제로 향했던 그 여정이 아름다웠던 것은 나를 둘러싼 눈부신 자연 뿐만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와 함께했기 때문이리라.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여행은 언제나 갈망하는 대상이 아닐까.
 
 
불타는 청춘들을 위한 여행백서 <스무 살 여행>. 이 책은 '스물'이란 단어만큼 상큼한 외모를 자랑한다. 귀여운 표지와 첫 장부터 눈을 사로잡는 멋진 사진들, 원색의 활발함이 꿈틀거리는 목차와 곳곳에 활기와 젊음이 느껴지는 글들까지.. 스무 살의 그 느낌을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듬뿍듬뿍 풍겨난다.
 
'스물'이란 나이에 초점을 맞춰 제시한 여행의 방법 또한 그 나이답다. 여행방법의 '주무기'로아직은 뚜벅이인 젊은 청춘을 위해 버스, 기차, 자전거, 걷기 등을 제시하고 있고(물론 집안 잘 만나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차를 갖고 있는 부유한 영혼들은 제외하고 한 말이다;;), 그래서 여행테마도 '버스 여행 / 섬 여행 / 자전거 여행 / 걷기 여행 / 기차 여행 '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선보이는 여행지들은 멋진 사진들과 함께 저자의 느낌, 돌아본 장소 등이 실려있고, 마무리로 뒷면 한 장은 그곳에 대한 각종(이라고는 하나 대여섯 개의) 정보도 간략히 실어놓는 센스를 발휘해 놓았다.
 
 
책 속에서 내가 가봤던 담양과 순천이 소개될 땐, 담양 대나무 공원과 순천시티투어로 지나왔던 선암사와 순천만이 기억의 숲을 헤치고 떠올랐고(저자도 나처럼 순천시티투어를 했다니 괜시리 반가워지는 이 마음;; ㅎㅎ;; 만약 순천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시티투어를 이용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추천할만 하다!), 경주부분에선 좀 더 볼거리들을 그냥 지나간 저자가 아쉬웠으며, 마이산에선 그 산을 처음 볼 때의 경이롭던 느낌이 생각났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영월에서는 굽이쳐 흐르는 동강이 화면가득 잡히던 영화 <라디오 스타>가, 석모도의 환상적인 바닷가에서는 <시월애>가, 남이섬에선 <겨울연가>가, 인천의 차이나타운 패루에서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와 이야기하던 동구의 모습이 잡히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내소사의 전나무숲에선 <가을로>가, 그리고 섬진강에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그 장소들과 겹쳐졌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좋은 곳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대관령'과 '고창의 청보리밭'이다. 대관령은 그곳을 향한 무조건적인 나의 동경과 쉽게 볼 수 없는 양들이 내 마음을 잡는데 한 몫 했고, 고창의 청보리밭은 책 속 사진의 힘이 크게 움직였다. 그 한없이 푸르른 사진속 청보리밭을 본 순간 숨이 막힐 뻔 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두 곳 모두 언젠간 꼭~ 가보리라 점찍고 있다. ^ ^
 
 
그러나 이 책은 '스물'의 싱그러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속에서 여행이 주는 깊은 맛을 느끼긴 힘들다. 발랄한 청춘의 가벼움을 지향하기에 여행에서 만나는 삶과의 조우, 삶의 묵직한 깨달음과 여운을 기대했던 독자에겐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듯. 그러나 깊은 사색 뿐만 아니라 이 책처럼 잠시 일상의 단조로움을 지워주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든 것은 곳곳에 실린 '사진'이었다. 그곳만의 아름다움과 당시 여행의 느낌까지 잡아내는 그 사진들은 훌륭했고 너무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또한 그 사진들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 태우게 만들었다. (곧 꺼져버리긴 했지만; 쿨럭;) 그러나 여기에도 아쉬움이 있었으니.. 사진 위에 배열된 글자들을 읽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양새와 분위기도 좋지만 활자들을 편안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떤 곳엔 사진의 검은 테두리에 글자가 묻혀 끝끝내 알아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편집자께서 다음 판본에서는 좀 더 읽는 이들의 눈의 압박을 배려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무 살 여행>의 상큼한 여행을 뒤따르다가 문득 내 나이 스물의 여행을 헤아려본다. 나의 스물의 여행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별과 밤산행'이다.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들어 주말마다 밤산행을 하던, 죽을 듯이 헥헥대며 올라간 산의 정상에서 눈부시게 뿜어대는 쏟아질 듯한 별들의 무게에 모든 피로를 순식간에 잊었던 그 황홀한 기억들과 감동들!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오랫만에 그 상큼한 기쁨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이 책에게 고마움을 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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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어! - 자신감을 가르쳐 주는 10가지 방법
웨인 W. 다이어.크리스티나 트레이시 지음, 멜라니 시겔 그림, 정미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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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 <자유롭게>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웨인 W. 다이어 박사의 첫 어린이 그림책인 <나는 할 수 있어!>는 그간 그의 이력에서 보듯이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가르쳐 줄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에게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어린이용 자기계발서다.

몇 장 안 되는 책의 장수만큼이나 책의 구성 또한 단순하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설득력있다. 한 장에 한 가지씩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고 그 밑엔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제시된 방법을 행하는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열 가지 방법을 모두 알려준 뒤 마지막 부분엔 '여러분 생각을 알고 싶어요!'라는 코너를 마련해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10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생각을 함께 나눠 봐
2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3 네 안은 사랑으로 가득하단다
4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곳을 찾아봐
5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봐!
6 좋은 쪽으로 생각해 봐
7 너는 소중하단다
8 멋진 네 모습을 떠올려 봐
9 신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단다
10 행복한 생각을 하면 힘이 솟아

위의 열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너는 소중하단다, 행복한 생각을 하면 힘이 솟아' 등이 눈길이 갔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헤아려보는 것의 중요함, 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특별함, 긍정적인 생각의 위대함 등은 아이들을 보다 자신감 있는 존재로 의식하게 만들어줄 방법이라 생각된다.

짧은 이야기 속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나는 할 수 있어!>.
원색의 알록달록한 삽화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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