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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창녀 1
사라 더넌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르네상스 창녀라는 비교적 선정적인(?) 제목과 댄 브라운을 누르고 아마존닷컴 1위를 석권했다는 자랑스런 광고글자가 흩날리는 책. 그렇지만 나는. '창녀'라는 글자를 내세운 자극적인 책 제목은 별로 맘에 안 들었고, 거기다 댄 브라운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위의 두 가지보다 오히려 나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것은 매혹적인 표지그림과 '르네상스는 한 창녀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자신있게 떠벌리는 카피였다. 어떻게 한 창녀로 인해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잡게 만든 셈이다. (결국..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카피에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ㅡ.,ㅡ;;)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은. 비교적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1권이 그들의 시대적 배경과 처한 상황, 역경 극복을 주로 다뤘다면. 2권은 비교적 안정되었던 그들의 생활에 '사랑'이라는 위험한 열병을 끼워넣는다. 앞쪽의 이야기도 지루하게 읽은건 아니었지만. 2권 중반을 넘어서고 '라 드라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전개속도는 급물살을 타고 나는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심지어 뒷내용이 궁금해 화장실도 안가고 참았다;; ^ ^;;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하셨으리라 짐작된다; ^ ^;)
르네상스 창녀..라는 제목만 보면 고급창녀 피암메타가 단독주연인 듯한 느낌을 준다. 제목도 카피도 광고방향도 모두 그러하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엔 모두 그런 착각에 빠지리라. 나 역시도 그랬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는 부치노, 라 드라가와 함께 공동주연이 아닌가 한다. 오히려. 주인공을 딱~ 한 명으로 압축하라면 난쟁이 부치노가 아닐까. 대부분 동의하시리라.
내내 그녀의 아가씨 피암메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던 화자 부치노는 2권 중반에 다다르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또 라 드라가의 이야기로 중심을 넘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좀 더 흥미진진해진다. ^ ^
선천적으로 기형이며 못생긴 외형을 타고난 탓에 삶에 대한 선택의 폭이 아주 좁아져 버린 사람, 부치노. 그는 이 책의 화자이며 가장 철학적인 사색을 즐기며 그 시대에 천시받는 난쟁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당당하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좀 더 귀에 착착~ 감기는게 아닐까.
이야기가 끝나고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에는 여러 실존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그네들의 역사에 어두운 나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마지막 실존인물들의 이름을 읽으며 아하~ 하고 감탄사를 남발했을 뿐이다;; ^ ^;; 그러한 실존인물을 바탕에 두고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기에 그네들에겐 좀 더 생생하게 다가가는 이야기일 듯 하다. 물론. 나는 바탕지식이 없기에 실존인물이든 상상의 인물이든 별 차이가 없었지만;; ^ ^;;
작가가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서 완성했다는 16세기의 베네치아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여느 영화의 장면처럼 그 모습들이 머리속에서 재현된다. 그러나 이 책의 광고가 아무리 시오노 나나미를 능가한다고 독자를 현혹할 지라도.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대체로 이 책이 나나미에 필적할 수준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뭐. '로마인 이야기'를 아직 안 읽어본 무식쟁이 나로선 할 말이 없지만서두;; ^ ^;; 그러나. 비교우위가 아니라 이 책 자체의 매력으로만을 따진다면 충분히 작가의 노고를 치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ㅎㅎ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
그 시대에 어느정도의 부와 명예(물론 속된 명예지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창녀가 거론되었다는 것. 그건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 외에는 다른 경로가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그 시절. 능력이 있어도 제대로 펼쳐볼 기회조차 없었던 시대. 그나마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다고 할 지라도. 아직 많은 문화 예술 부분에서 (영화, 드라마, 문학 등) 어렵지 않게 창녀들의 출연을 만날 수 있음은(그 반대로. 가끔 '남창'이라도 나올라치면 난리부르스 떠는 언론들을 보며) 아직도 세상은 얼마나 남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ㅡㅡ;
거슬리는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 이미 제목에서 창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시작하기에 충분히 넘길 수 있는 내용이다;; - 빠른 전개로 쭉쭉~ 넘겨지는 책장과 함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많은 교훈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가볍게,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
+ 궁시렁궁시렁~ +
근데. 이 책의 마케팅 담당자는 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카피를 뽑았단 말인가! ㅡ.,ㅡ
르네상스 시대의 창녀 이야기이니 제목은 그냥 그렇다고 치자.
그렇지만. "르네상스는 한 창녀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저 카피는. 이 책을 덮을 때까지 그 근거를 찾지 못했다. ㅡㅡ; (카피에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 -_-;;)
책 내용을 생각해 볼 때. 한 창녀 = 피암메타가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르네상스가 탄생하게 된 밑바탕인 풍족한 베네치아 만이 묘사되어 있을 뿐. 설마. 피암메타가 티치아노의 모델로 선 것 하나로 저런 카피를 뽑는 대범함을 보이진 않았을테고.. 내가 못 찾은 것인가, 아님 원래 그런 근거는 없는 것인가! ㅡㅡ;
얼마전 한 영화에서도 논란이 되었듯이. 엉뚱한 마케팅은 비록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관객들이 그 작품을 제대로 보는데 방해물이 된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 모르지는 않겠지. 다만 그것보단 판매를 우선으로 둘 뿐일테지.. 책은 잘 읽었으나. 뜬금없는 카피땜에 조금 황당해진. 그래서 여운까지 약간 손상되어버린. 그런 책이었다.
만약..
우둔한 제가 찾아내지 못한 그 이유를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알려주시어요~@ ^ ^;;